[한국환경회의 이슈리포트] Vol.10. '케이블카'라는 망령이 서울 남산에도?

관리자
2024-01-02
조회수 40



 

한국환경회의는 전국 47개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연대기구입니다. 현 정부와 국회의 천인공노할 생태 학살 정책에 깊이 분노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환경파괴 정책과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상황실’을 구성하여 환경 현안 및 총선을 대응합니다.



   남산에 필요한 건 또 하나의 곤돌라가 아니다.


서울의 상징 남산. 해발 약 270m 작은 산입니다. 남산은 조선시대 수도가 한양, 즉 서울이 되면서 역사에 등장하게 된 ‘숲’입니다. 한양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조선시대부터 ‘남산’으로 불렸고, 한양을 감싸 안은 남산이 푸르러야 왕조가 태평하다는 믿음으로 남산의 소나무는 엄격한 보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대표 숲입니다. 역사적, 생태적 상징성이 남다른 이 남산에 두 번째 케이블카가 놓일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허가 이후 전국에 케이블카 광풍이 불어닥쳤습니다. 서울의 상징 공간인 남산의 곤돌라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의 대표 경관을 훼손하고, 생태경관보전지역, 비오톱 1등급지, 생태축에 만들어지는 곤돌라 사업은 남다른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의 청계천 사업이 전국의 수많은 꼬마 청계천 사업을 만들어냈듯이, 남산 곤돌라 역시 전국의 보호구역 내 케이블카 사업 추진의 명분이 될 것입니다. “설악산도 했는데”에 이어 “서울시도 했는데”, “남산도 했는데”가 될지 모릅니다.


(남산곤돌라조감도, 서울시)


생태 보전 앞세운 관광 개발사업, 남산 곤돌라

서울시는 2009년 예장공원에서 남산을 연결하는 곤돌라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가 일었고 당시 서울시의회는 생태계 훼손 우려와 기존 남산 케이블카와의 중복 문제 등으로 공유재산심의에서 남산 곤돌라 사업을 부결시키며 중단한 바 있습니다. 그 후 2016년 서울시는 ‘남산 곤돌라’를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며 재추진하는데,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와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무산되었습니다. 


올해 6월, 서울시는 생태와 여가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남산의 생태 보전을 앞세우지만 그 실상은 남산 곤돌라와 남산 스카이워크 중심의 개발 계획이었습니다. 특히 남산 곤돌라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부까지 약 800m에 이르는 노선으로, 10인승 25대로 시간당 1,000명 이상을 수송하는 계획입니다. 친환경과 생태 보전은 허울뿐이며, 또 하나의 관광 개발사업일 뿐입니다.


경관과 보호구역 훼손, 누구를 위한 곤돌라인가?

서울시는 남산의 경관, 생태환경, 전통, 역사 문화 유산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남산 곤돌라 설치 예정지 예장자락은 서울시가 남산의 자연경관을 회복하고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옛 ‘중앙정보부 6국’(서울시청 남산별관) 건물과 TBS교통방송 건물을 철거하고, 서울광장의 약 2배 면적 규모의 공원을 설치한 바 있습니다. 이 상징적인 곳에 곤돌라를 설치하는 것은 기존 서울시가 남산의 경관 회복을 위해 추진해왔던 사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서울시민의 쉼터와 국가적 경관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더구나 곤돌라는 서울시에서 2007년에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나갑니다. 생태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해 놓고 경관의 훼손이 명백한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은 비오톱유형평가 1등급, 개별비오톱평가 1등급지입니다. 비오톱유형평가 1등급 및 개별비오톱평가 1등급지는 대상지 전체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하는 곳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지주대 설치 공사로 인한 훼손, 설치 후 운영 과정에서의 소음, 분진 등 생태환경에 지속해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은 서울시 스스로 시민의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가졌던 최소한의 보루를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남산은 서울시민의 자산입니다. 생태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관 또한 한 번 훼손되면 회복되기 어려운 자원입니다.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려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함에도 서울시는 이 사업에 대한 주민, 시민사회,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공론화 과정 없이 남산 곤돌라 입찰 용역을 발표한 것은 일방적이며 불통 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생태를 파괴해 얻은 수익으로 생태를 보전하겠다고?

서울시는 그동안 별도 재원 없이도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서울시민의 경관권과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장기미집행도시공원실효제에 대한 서울시 정책입니다. 서울시는 “한 뼘의 공원도 포기하지 않는다”며 장기 계획 수립과 다양한 정책을 활용해 장기미집행공원을 꾸준히 매입하고, 도시자연공원을 지정해 보전하는 등 합리적인 공원녹지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서울시는 남산의 생태 보전에 있어 남산 곤돌라 수익금을 활용하겠다며 남산 곤돌라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남산 곤돌라 설치를 위해 약 400억 원의 시 예산 100%가 투입됩니다. 운영, 관리 예산은 별도입니다. 사업비 회수 기간은 5년으로 추정되며, 연간 80억 원의 수익을 남산의 생태 보전 활동에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울의 상징이자 생태, 역사, 문화, 경관적 가치를 지닌 남산을 보전하고자 한다면 기존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또한 남산 스카이워크를 통해 방문객을 분산시켜 식생을 보전하겠다며 설치 비용은 곤돌라 수익금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수밖에 없는 관광용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생태 보전을 앞세우는 것도 모자라 생태 보전에 투자하겠다는 수익금마저 개발에 또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서울시가 남산의 생태 보전을 생각한다면 훼손해서 얻은 수익으로 생태를 보전하겠다는 모순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속가능한 남산은 곤돌라 설치로 이룰 수 없다

우리는 남산 곤돌라 찬반이 아닌 도시숲의 역할과 남산의 생태환경과 경관, 역사적 가치를 보전하는 방안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2022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자연을 위한 파리협약’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의 실천목표 12에서 그 실마리를 찾습니다.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주류화함으로써 도시 및 인구 밀집지역의 그린 및 블루

인프라의 면적과 품질, 접근성 및 이익을 증가시키고, 생물다양성이 통합된 도시계획을 보장하고,

토착 생물다양성과 생태적 연결성·온전성을 증진시키고, 인간 건강과 웰빙, 자연과의 연결을

개선하여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개발과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 제공에 기여해야 한다”



우리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의 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 알고 있습니다. 남산에 필요한 건 또 하나의 곤돌라가 아닙니다. 서울시는 시민과 함께 환경과 경관을 보전하며 남산의 가치를 지키고 이어나가는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길을 찾아야 합니다.


관련 언론보도

'케이블카 망령이 남산까지?' 남산 곤돌라 중단 촉구. 뉴스펭귄. 2023.12.20.

[단독] 서울시, 남산 곤돌라 심의 건너뛰었나···조례 해석 놓고 논란. 경향신문. 2023.12.20.

남산 곤돌라 '다시 삽질'?...득실계산 해볼까?. 뉴스펭귄. 2023.12.11.


참고자료

생태와 여가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 | 서울시 - 내 손안에 서울

남산 예장자락에 '서울광장 2배' 공원개장…생태·역사복원 | 서울시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