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 이이자희 회원

admin
2020-07-31
조회수 581

유쾌한 자희씨의 현명한 어른 되기는 진행 중

3년차 국시모 회원이신 이이자희 회원을 만났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만나기 미안할 정도로 바쁜 자희회원은 일정을 마치고 지쳤을 텐데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주었습니다. 환경단체에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활동가로서 지내오다 최근 희망제작소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자희씨였습니다.

보경] 요즘은 인사가 되어버렸어요. 코로나로 힘들지는 않았나요? 최근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어떠세요?
자희] 우리 동네에 유독 확진자가 많았어요. 올 초에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구하려할 때만 해도 이정도가 아니었어서 계획했던 것들에 차질이 생겼죠. 2~4월 동안은 앞날이 캄캄하다고까지 느꼈답니다.
어찌됐건 무사히 새로운 일을 시작해 요즘은 그 곳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 중이에요.
희망제작소는 시민사회단체에요. 쉽게 설명하면 사회 속 불편한 것들을 찾아 개선하고자 하는 곳이죠. 지금은 주로 사회혁신, 지방분권, 지방자치 등의 분야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찾아가고 있어요.
제가 10년이 넘게 환경활동을 해왔고 직전 단체에서 갯벌을 오랜 시간 전문적으로 고민해온만큼 이곳에서도 저의 전문분야를 활용할 수는 없는지 생각은 하지만 아직은 서로가 그런 역할을 찾지 못했어요. 저와 희망제작소 모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에요.
그리고 실은 개인적으로 비전이나 미션을 가져야만 한다 생각지는 않아요. 그것을 갈구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나고 와 생각해보니 꼭 가질 필요는 없더라고요. 현재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게 좋아요 전.

보경] 오랜 기간 환경단체에서 활동을 해오셨네요. 워낙 환경 혹은 시민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요? 각 단체에서 어떠한 다름을 경험했고 지금 다른 활동을 택하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자희] 20대 초 처음 환경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환경은 물론 자원활동, 후원 등 이런 부분에 무관심했어요.
2008년 삼성 기름유출 사고에 관심을 가지면서였어요. 관심이 이어져 여성환경연대 생태팀에 소속되어 활동했죠. 이명박 정부 시절 한반도 대운하 반대 활동부터 초등학생 생태교육 코디, 조직운영에서 회원관리까지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그 후 녹색연합에서 백두대간 관련활동, 강원도골프장 반대활동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고요.
그리고 최근까지 적을 둔 생태지평연구소에서 마을 만들기, 환경언어연구, DMZ와 갯벌관련 활동 등으로 6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갖가지 단체의 업무를 경험하기도 했답니다.
남녀 구성이나 조직 규모, 활동 방식 등 각 단체마다 특성이 있고 분위기가 다르죠. 생각해보면 당시나 지금이나 단체를 여럿 옮기는 활동가가 흔하지는 않아요. 그러다보니 어딜 가든 인정받으려는 마음이 컸어요. 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혼자 일을 처리하는 것이 편한 성향이에요. 그런 제가 인정받으려 애쓰다보니 스스로를 괴롭힌 면도 있었고요.
사실 생태지평에서 갯벌 관련 활동을 많이 해온 만큼 이 활동을 유지해간다면 어떤 삶으로 향할 수 있겠다는 것이 보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지 않은 환경단체 활동가로서의 삶을 나름 정리했던 것은 그 보이는 길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던 거 같아요. 제 인생에서 지금쯤 그 방향을 틀어보고 싶었어요.
단편적인 이유에서는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이 쌓이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거 같네요.

보경] 국시모와도 환경활동가의 시간 속에서 연을 맺었나요? 3년차 고비를 지나(^^;;) 국시모를 변함없이 후원할 수 있는 이유와 국시모 활동 중 특별히 관심 있는 부분, 또 기억하는 국립공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자희] 연대활동하며 알았지요. 2011년 국립공원 생일을 축하하며 과천(당시 환경부 위치)에서 지리산에 곰이, 설악산에 산양이 함께 하길 바라는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제가 곰탈을 써서 인정받았답니다. 케이블카 반대활동 때문인지 평소 애정이 가는 국립공원 중 하나가 북한산이기도 하네요.
그렇게 국시모는 진작 알고 있었고 후원회원이 된 것은 2017년이네요. 시작이야 지인의 권유였지만 지금까지 후원을 이어가는 것은 순전히 제 의지에요. 하하.
일단 저는 현장에서 일하는 단체를 후원하고 싶어요. 일회성 캠페인을 하는 단체는 매력 없어요. 진득하게 제 할 일 해나가는 알찬 단체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국립공원은 오르기 보다는 그 모습을 바라보기를 좋아하고요. 월악산의 ‘악악’하는 모습이 좋아요. 케이블카 때문인지 북한산, 설악산에는 늘 마음이 쓰이는 것 같고요. 어머님 고향인 태백산의 신비스러움에도 감탄하죠.
갯벌 관련되어 오랜 시간 살펴온 탓인지 국시모의 해양국립공원 활동에 관심이 가요. 시민단체 중 해중 생태를 고민하는 단위가 적은 상황에서 국시모가 역량이 되는 분들을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이어갔으면 해요.
다만 개인적으로 해양국립공원 관리에 있어 환경부, 국립공원공단이 해수부와 서로 도와야한다고 생각해요. 바다는 그 속의 생태계 뿐 아니라 수산정책 등 고려해야할 것이 많아요. 성과로 가져갈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적합한 관리를 잘 알고 추진해야 하는 거죠.

 
2011년 국립공원 생일축하 퍼포먼스에서 곰이 된 자희회원

보경] 어쩌다보니 일 이야기뿐이네요. 자희씨의 일상도 이야기해주세요.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 일에서 벗어난 시간에는 무엇을 즐겨 하는지도.
자희] 사실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커요. 20대 때는 더 심했고요. 가족은 우선순위 저 아래에 있었죠. 앞서 말했듯이 인정욕구가 큰 사람이라 활동하면서 제 자신을 갈아 넣었던 것 같아요.
나도 부모님도 나이가 들고 여러 활동 속에서 제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는지 3-4년 전부터는 업무 외적인 생활을 갖기 시작했어요. 물론 여전히 일을 하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집에 들어서면 방전되어 자버리기 일쑤지만요.
최근 명상을 하고 있어요. 앱을 활용해 누군가의 가이드를 따라 명상 중이에요. 신기하게도 심했던 위통이 나아진 걸 보면 역시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해 프라모델을 만들거나 네일아트를 즐긴 적도 있고요.
가장 좋아하는 쉼은 여행가서 책읽기에요.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머무는 곳에서 종일 책 읽는 것이 저만의 휴식이에요. 저에겐 제가 지내는 공간이 중요하더라고요. 일정한 구조의 익숙한 공간이 확보되었을 때 행복감을 느껴요. 작년에 한 달 동안 프랑스 리옹에서 책 읽으며 지냈던 시간은 지금도 위안이 되는 기억이에요.

보경] 경쟁을 좋아하지 않고 남들 앞에서 몇 시간 거뜬히 이야기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희씨, 일에 올인하는 삶에서 조금은 벗어나신 걸 축하해요. 어떤 앞으로를 만들어가고 싶나요?
자희]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어요. 역시 일하는 순간이 마음 편한 무엇도 있고요. 내가 세상에 나와 산다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낭비하고 허비하고 있는 것이니만큼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애니메이션 ‘모아나’나 ‘썸머워즈’ 아시나요? 두 작품에 모두 현명한 할머니가 등장해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편견 없이 널린 시각을 가진 어른이요. 깊이감 있는 사람으로 안정적이면서 현명한 사람으로요. 스스로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어요.

자희회원과의 대화는 비슷한 또래여서인지 아니면 본인 표현처럼 박찬호급 too much talker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 내내 친구와 수다 떠는 듯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이 싫고 혼자서 해나가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는 그녀였지만 제가 느낀 자희씨는 누구든 그녀를 좋아하고 함께 일하고 싶게 하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지나 할머니가 되었을 때 충분히 쌓였을 현명함이 사람들을 이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쾌한 자희씨!!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