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회의 이슈리포트] Vol.9.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일회용하는 환경부

관리자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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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회의는 전국 47개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연대기구입니다. 현 정부와 국회의 천인공노할 생태 학살 정책에 깊이 분노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환경파괴 정책과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상황실’을 구성하여 환경 현안 및 총선을 대응합니다.



   일회용품 알아서 줄이라는 환경부 왜 존재하는가.


11월 7일 환경부는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발표로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사용에 대한 규제가 기한 없이 유예되었고, 종이컵은 규제 품목에서 아예 제외됩니다. 자발적 참여, 합리화, 권고와 지원 등 듣기 좋은 단어들을 내세웠지만 결론은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 간 사용되는 종이컵은 248억 개에 달합니다. 비닐봉투는 255억 개, 플라스틱 빨대는 106억 개가 사용됩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연간 전 세계에서 약 2,500억 개의 종이컵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그 10% 정도의 양을 한국인이 사용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이를 규제하지 않는 것은 자연환경과 국민의 환경권을 보호해야하는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회용 사회 방관하는 환경부

단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만들기 위해 자원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폐기물 처리에도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투입됩니다. 이물질로 오염된 일회용품은 재활용도 불가능해 소각ˑ매립되는 게 현실이고, 제대로 수거되지 못해 유실되는 것들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환경부는 2019년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고 이후 관련 법률을 정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자 했습니다. 단계적으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을 규제 품목에 추가했습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사용되던 일회용 비닐봉투는 무상제공금지에서 사용억제로 전환해 보다 강력한 조치가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돌연 1년 간의 ‘참여형 계도’로 바뀌었습니다. 2022년 11월 1일에 환경부 보도자료에 나온 ‘감량 캠페인’, ‘자율 감량’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참여형 계도는 과태료 부과와 같은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형태입니다. 더군다나 환경부는 환경정책의 주무부처로서 규제의 방향과 내용을 명확하게 제시해야함에도 ‘지자체 여건에 따라 실효적으로 집행하라’며 그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했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미 자리잡아 시행규칙까지 개정했지만 환경부는 이를 부인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입니다.

 

규제 완화의 신호탄, 반쪽짜리 일회용컵 보증금제

사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시작부터 일회용품과 관련된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해왔습니다. 출범 후 겨우 10일이 지난 2022년 5월 20일, 3주 남은 알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일을 12월로 유예했습니다. 시행지역도 전국이 아닌 세종과 제주 2곳으로만 축소해 제도를 반쪽짜리로 전락시켰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2일, 감사원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에 대한 공익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환경부가 관련 하위법령과 고시를 조속히 마련하지 않아 제도 시행에 어려움을 주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자원재활용법에 맞게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것을 환경부에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도, 자원재활용법도 무시한 채 9월 12일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 의무화가 아닌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제도 시행의 책임을 내던졌습니다. 이로 인해 정책에 대한 신뢰는 당연히 곤두박질쳤습니다.


보증금제의 효과는 뚜렷하게 검증되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페트병, 캔, 유리병에 보증금제를 적용해 회수율이 98%에 이릅니다. 실제로 선도지역인 제주 또한 일회용컵 회수율이 80%에 가까워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안착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정부 탓에 전국 시행이 위태로워지자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상승세이던 일회용컵 회수량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은 강력한 일회용품 규제

환경부가 말한 1년 간의 참여형 계도가 끝나고 일회용품 관리방안이 발표된 지금, 일회용품 관련 정책은 더더욱 후퇴했습니다. 심지어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환경부차관의 발언을 통해 오류가 있는 정보를 근거로 삼은 것이 드러났습니다. 환경부의 졸속 결정에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는 종이빨대 제조업체의 절규에 환경부는 “제조회사 생각을 아예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고, 뒤늦게 대출 지원이라는 미봉책만 내놓은 상태입니다. 


참여형 계도를 통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줄어들었다는 근거 자료 하나 제시하지 않았으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방식이 실질적이지 않다는 말은 비논리적이고 무책임합니다. 오히려 사용 규제의 효과는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2019년 대형마트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한 후 비닐봉투·쇼핑백 사용량이 3,810톤(’17년)에서 660톤(’22년)으로 크게 줄어든 것은 정책의 방향성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전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협약을 논의하며 일회용품 퇴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독일과 프랑스는 재질에 관계없이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더 나아가 독일은 포장이나 배달시에도 일회용이 아닌 재사용 용기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네덜란드는 7월부터 내부가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종이컵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함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합니다. 우리나라의 일회용품 정책이 얼마나 퇴보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강력한 규제를 요구해왔습니다. 2021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97.8%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고 답변했습니다. 58.9%는 플라스틱 발생을 최소화하는 정책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11월 환경부가 발표한 국민인식조사에서는 국민 97.7%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했고, 90.4%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현재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감량하라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기에 이르렀고, 일관성 없는 환경정책으로 사회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을 제대로 이행하고 싶다면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더 이상의 유예와 철회는 있을 수 없습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해야 합니다.



관련 언론보도

[단독]‘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화 철회… 지역 자율에 맡긴다, 동아일보. 23.9.12.

[단독] '컵 보증금' 자율로 시행?…"참여하겠다"는 지자체 전무. SBS. 23.10.13.
'식당 종이컵' 금지 안 한다…플라스틱 빨대 단속도 무기한 유예. 연합뉴스. 23.11.7.
"일회용품 쓰라고요? 우리가 알던 환경부 맞나요?". MBC. 23.11.25.
1회용컵 보증제 시행 1주년, 제주도민 무려 85% “제도 유지해야”. 제주의소리. 23.11.30.


참고자료

[환경부 정책브리핑] 일회용품, 소상공인 부담 해소하며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감량. 2023.11.9
[보도자료] 전국 321개 시민ㆍ환경단체,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한 환경부를 규탄하는 공동행동 진행.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 규탄 전국공동행동. 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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