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을까.. (글과 사진 지성희)

admin
2016-07-04
조회수 2082

 

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을까.. (글과 사진 지성희)

 

조선후기 성리학자 박문호의 ‘유백운대기’를 보면 백운대 중간에 결단암이라는 아주 험한 곳이 있었다고 한다.

올라가는 자와 오르지 못하는 자가 이곳에서 결정되었고 옷과 삿갓, 신발 버선을 벗고 손발을 구멍 속에 넣고 기어서 올랐다.

오르지 않겠다고 결단한 사람은 그곳에서 옷가지를 지키며 일행을 기다렸다. 박문호의 말이 참 재밌다.

‘내가 명산 정토에서도 도둑에 대비해야 하는가!’

내려갈 때는 누운 채 구멍에 수족을 넣고 조금씩 내려왔다는데 쇠난간에 계단까지 설치된 21세기에 백운대를 오르는 나랑 어쩜

그리 똑같은지^^ 게다가 남들은 결단해야 하는 곳을 옷과 버선을 벗지 않고 지팡이를 짚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우리 조상님들 발바닥이 시큰거렸다고 한다. 바위를 두발로 멀쩡히 걷는(물론 바위에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의 도움을 받기는 한다) 요즘 사람들을 보며 사지가 찌릿했던 나의 새가슴과 같은 마음이려니~

 

등산이 아닌 입산으로 산을 생각했던 우리 조상들이었기에 백운대 오르는 것이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할 만큼 위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을 편리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개발을 한다는 발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구는 그 옛날에 무슨 개발을

할 수 있었겠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우리 조상들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북한산에 성곽을 쌓고 14성문을

만들었던 조상들이다.

 

세상은 어느덧 한바탕 꿈처럼 흘러 북한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명산들이 ‘국립공원’이 되었다.

그냥 산으로 놔뒀으면 과연 개판이 되었을까 싶기도 하고, 거추장스럽고 부르기도 힘든데 뭐한다고 ‘국립공원’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모처럼 전두엽에서 꿈틀거린다.

 

그냥 산이었을 때는 사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위주로 산을 다녔던 것 같다. 그러나 국립공원 제도를 들여오면서 국립공원에

사람들이 더 바글거리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국립공원은 보전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이용도 보장한다는 이 말에 불편하고

위험한 것이 당연한 자연의 공간은 각종 시설들이 늘어가고 있다.

 

국립공원은 일반 도시공원과 달리 자연 그 자체가 탐방하는데 큰 장애물(‘장애물’이란 표현도 인간의 관점임)이며 우리 조상들처럼

그 장애물 앞에서 결단을 하고 온몸을 긴장하며 자연을 대하는 것이 국립공원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사실 사람 중심의

계획된 도시에서도 길을 가다가도 넘어져 다치고 때론 자동차 사고로 죽기도 한다. 하물며 예측할 수 없는 대자연속에서의 생과 사는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매우 자연스런 일 아닌가.. 그래서 자연 앞에서 겸손해라 어째라 하는 말들도 나오는 것이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산등성이는 땅의 근육이고 흐르는 강물은 땅의 혈맥이라고 했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산등성이에

쇠심을 박거나 바위를 깨는 것은 살아 있는 몸을 자르는 행위와 똑같이 생각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온 국민의 상식이다.

그러나 오늘날 근육은 갈기갈기 찢겨지고 혈맥은 시멘트로 틀어 막혔다.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

 

‘국립공원’이라고 하지 않았어도 우리 조상들은 산에 납신 것이 아닌 산에 들었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산을 이용했다.

국립공원이 된 후 세상도 변했고 사람도 변했으니 산은 드는 곳이 아닌 오르는 곳이 되었고 안전하게 오르기 위해 산길은

계단으로 채워졌고 심지어 기계의 힘을 빌려서 정상을 가겠다고 한다. 힐링을 해야 한다나 어쩐다나..

 

요즘 국립공원을 다니면서 부쩍 국립공원이라는 제도가 오히려 이용을 부추기고 국립공원은 동식물의 삶터라는 가치보다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다. 산 정상부에 호텔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왜 나왔겠는가! 특정 국립공원의 특정시설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공원’ 이라는 제도를 다시 처음부터 곱씹어봐야 한다.

 

조선후기 화가 강세황의 영통동구

커다란 바위앞에 사람은 개미만 하다.

 

월악산국립공원의 끝없는 계단들..

 

월출산국립공원

 

북한산국립공원 의상봉에 근래에 생긴 데크

 

2015년 북한산국립공원 칼바위 모습

 

 

2016년 칼바위 모습

 

 

북한산국립공원 영봉 오르기 전 탐방로 예전 모습

 

2016년 현재 모습

 

북한산국립공원 선봉사 오르기 전~ 법용사 구간

 

노적봉뒤로 백운대 가는 길 예전 모습

 

2016년 현재 모습

 

2014년 백운대에서 바라본 만경대 뒤쪽 길

 

2016년 현재 모습

 

2016년 현재 백운대에는 또 계단이 생겼다. 저기 어디쯤이 결단암일텐데..

 

백운산장에서 우이동으로 내려가는 길 예전 모습

 

2016년 현재 모습

 

진관사 초입에 전망대를 갖춘 데크

 

비봉에서 진관사로

 

대성문에서 정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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