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곳에_ 지리산케이블카반대공동행동 출범문화제 후기 [2015년 10월 17일]

admin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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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냉함과 뜨거움을 반복하는 가을날의 밤과 낮은 나무와 풀들의 색깔을 바꿔놓는다. 지리산은 투명도를 더해가고, 산색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행복하다.

 




 

10월 17일 11시 노고단대피소 앞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이하 지리산공동행동)이 출범했다. 지리산권, 경상남도, 전라남·북도에서 활동하는 40여개의 환경, 종교, 주민, 사회단체들이 함께 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노래 부르고 춤추고 이야기 했다. 기쁜 일은 아니었으나 가을의 아름다움을 노래했고, 지리산에 감사하며 서로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말했다. 지리산을 위협하는 케이블카에 반대한다고, 4대강사업으로 망가진 자리에 산마저 빼앗길 수 없다고, 설악산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한 국민적 저항에 함께 한다고, 아이들과 야생동식물의 보금자리인 지리산을 케이블카에 내주지 않겠다고. 말하고, 노래하고, 노래하고, 말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말하고 춤추고를 반복했다.













 

가까이 노고단과 멀리 반야봉이 말없이 지켜봤다. 산에 온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들었다. 같이 노래 부르고 춤추며 산을 걸어서 와야지, 이 아름다운 곳에 케이블카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아름다운 곳에’란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

 




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여기만큼 아름다운 그곳, 설악산국립공원에 올라가는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했다. 설악산케이블카가 환경부가 작성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고 있으니,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삶터이니 당연히 부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200살이 넘는 신갈나무, 전나무 숲을 베어내고 건설되는 케이블카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원하는 설악산케이블카는 법도, 가이드라인도, 국제적 비난도, 그 모든 걸 무시했다. 그래도 되는 걸까?

 

우리가 설악산케이블카 승인에 마음 아파하는 사이 지리산권 4개 지자체(산청·함양·구례·남원)는 지리산에도 케이블카가 건설될 것처럼 떠들고 다녔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리산국립공원의 주능선을 넘어가는 총연장 10Km 규모의 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구례군은 산동온천에서 종석대로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남원시는 운봉허브밸리에서 바래봉으로 케이블카를 올린 후 바래봉에 호텔까지 짓겠다고 했다.

 


우리는 분명히 기억한다. 2012년 환경부는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추진했던 케이블카 계획을 모두 부결하며, 지리산의 경우는 4개 지자체가 단일화한 안을 올리면 검토해보겠다고 한 것을. 이 말의 의미는 지리산국립공원은 1개의 케이블카 계획으로 단일화하지 않으면 검토조차 안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4개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리산케이블카는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다. 불가능한 사업을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다니는 것, 이걸 뭐하고 해야 할까?

 

이날 지리산공동행동은 대표 로고를 정하는 스티커붙이기를 했다. 반대에 스티커를 붙이겠다고 온 분들은 대표 로고를 정하는 스티커라 하자, 멀리서도 잘 보이고, 주장한 바를 정확히 하고, 그리고 예뻐야지 등등을 말하며 원하는 곳에 스티커를 붙였다. 아이는 아이 생각대로, 어른은 어른 생각대로. 그리하여, 지리산공동행동 대표 로고가 탄생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모든 케이블카에 반대하냐고? 그렇지 않다. 우리는 국립공원 케이블카에, 국립공원에서도 절대 보전해야하는 공원자연보존지구에 들어서는 케이블카에 반대한다.

법에 공원자연보존지구는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곳, 자연생태계가 원시성을 지니고 있는 곳,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 등을 특별히 보호할 목적으로 지정한다고 되어있다. 특별한 그곳은 국토 면적의 1%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특별한 그곳에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안 된다고 말했을 뿐이다.

 


 

우리는 특별한 그곳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움직일 것이다.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할 것이다. 좀 힘들고, 가끔 절망스런 날이 있겠지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이 국립공원에 가득 찬 먹구름도 걷힐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먹구름을 몰아낼 세찬 바람이 불어주길 마음 모은다.

 

글_ 윤주옥 협동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허명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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