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국립공원답사후기] 있을 때 잘하자! (글과사진, 지성희)

admin
2014-10-29
조회수 3695

 

서해안에 돌출되어 있는 변산반도, 그곳은 예로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 한다.

오죽하면 생거부안(生居扶安)이라 하겠는가~

산이 있어 나무를 하고 바다가 있어 고기도 잡고 소금도 얻을 수 있는 그런 풍요로운 곳,

 변산반도는 그렇게 넉넉하게 바다와 산을 품는다.

 

그 넉넉함 때문이었을까.. 바다와 갯벌을 메워 농지를 만들겠다는 새만금 방조제는 너무도 당당하게 바다를 가르고 있다.

 농지는 만들어서 무얼 하나.. 수입농산물이 판을 치는데.. 게다가 사람들 놀 곳이 여전히 부족한가?

바다를 메워 관광레저단지를 만들만큼? 방조제 길이가 길어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것이 자랑인 세상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변산반도는 1988년 우리나라 21개 국립공원 중 19번째로 국립공원이 되었다. 전체 국립공원 중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탐방객은

그에 비해 많은 편이다. 2013년 통계를 보면 약 180만 명 정도이다. 새만금이 개통되던 2010년에는 400만 명이나 다녀갔다.

서해안 개통하고, 입장료도 폐지되고, 그 유명한 대명리조트도 들어왔고, 새만금까지 개통해서 현재 그 지역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현지의 어느 택시기사는 변산반도는 너무 낙후되었고 마땅히 놀 곳도 없어서 앞으로 더 많은 놀이터가 생겨야 한다고 한다.

 

 

 

장장 2km되는 소나무 방품림과 바다.. 소나무 숲을 지나니 고사포의 바다가 길게 펼쳐져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소나무는 바람막이가 되었다.

지금은 그 소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

국립공원이지만 사유지이고 야영장인 까닭에 다소 어수선하고 스산하게 느껴진다.

밀려왔다 밀려가며 모래에 흔적을 남기는 바닷물이 가을 햇볕에 반짝인다.

 

변산면에 있는 하섬은 썰물 때면 바닷물이 갈리면서 바닥이 들어나는 곳이다.

이 주변 갯벌은 그곳에 살고 있는 갯벌 생물 외에도 멸종위기1급인 노랑부리백로, 멸종위기2급인 검은머리물떼새가

쉬어가는 곳이지만 하루 최대 2,000명이 갯벌체험 행사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공단은 하섬 주변 갯벌(면적1㎢)을 해양생물채취제한구역으로 지정하고 일반인의 생물 채취를 금지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일반인의 채취를 막기 위해 직원들이 감시를 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국립공원의 자연자원을 보존하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 인 것 같다.

 

“대저 천지 사이의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비록 한 터럭일지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은, 귀로 얻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만나면 색이 되고..” ( 赤壁賦(적벽부)의 일부 - 소동파)

 

당(唐)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놀았다는 중국의 적벽강과 흡사하다 하여 붙여진 적벽강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진 바위와 돌들이 즐비하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를 세는 것은 잠시 살고, 잠시 떠나는 인간의 삶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난 생각한다.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바다의 여신 개양할미를 모신 수성당으로 오르는 길에 코스모스가 가득하다.

문득 20살 때 학교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코스모스를 보러 무작정 버스를 탔던 기억이 밀려온다.

그 어린 나이에 바람에 휘청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괜히 쓸쓸해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그 후로도 코스모스는 여전히 길가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개양할미는 칠산 바다의 거센 파도를 잠재워 어부들의 생명을 보호해 주고 고기도 많이 잡히게 해 주는 바다의 수호신이다.

너무도 고마운 할미를 받들어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

수성당은 개양할미를 모신 곳으로 어느 무속인이 꽹과리와 북 장단에 맞춰 노랗고 빨간 천을 꼬았다 풀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무엇을 위함일까..

그 이유가 설사 내게 하찮고 우스운 것일지라도 어떤 이에게는 간절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천을 꼴 때는

답답했다가 풀 때는 시원하고 그렇게 잠시 무속인의 장단에 몰입을 한다.

 

멀리 대명콘도가 보인다.

대명콘도가 이 지역의 경제활동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고 너도 나도 말한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산과 바다, 그리고 곳곳에 오랜 세월의 흔적이 있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이 있기에

대명콘도는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28호, 명승 제13호인 채석강.. 중생대 백악기 어쩌구.. 이태백이 놀던 곳이 어쩌구..

억겁의 세월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채석강은 찰나를 살다가는 인간들 때문에 어수선하다.

채석강 바위위에 버젓이 호텔을 지었다. 기념물이고 명승인데 어쩌다 호텔이 지어졌을까..

재판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나보다. 지역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저 높은 권력과 관계가 있다고..

이태백이 보면 혀를 끌끌 찰 것만 같다.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는 내소사.. 내가 보기엔 평범한 전나무 숲길을 지나 내소사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사무소 김지현님의 맛깔 나는 설명과 따스한 가을 햇살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 너를 다 안다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부처님께 납작 엎드려 잠깐 마음을 비운다.

그리고 가을에 핀다는 올벚나무 꽃에 다시 흔들린다~~

 

태양과 바람이 하는 일이 참으로 많다~~

바닷물이 소금이 되어가는 과정은 이 나이 먹어도 신기하다.

염전에 비친 하얀 구름이 소금 같다. 이쁘다.

 

폭포는 조용하다. 물이 없으니.. 그래도 깊게 떨어지는 바위만으로도 짐작이 된다.

직소폭포의 거침없던 물줄기를 상상하며 산중호수인 직소보 옆을 걷는다.

호수에 비친 산들이 생생하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살고 싶은 곳이다.

변산반도를 두고 흔히 하는 말처럼 산도 있고 바다도 있으니 말이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데 사람들은 뭘 더 바라는 걸까..

잠시 살다 갈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죽음을 마주해야 비로소 와 닿으니 이 노릇을 어찌 할 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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