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이성우 회원

admin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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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실천가, 이성우 회원을 만나다 

2019년이 마무리되어가던 지난 12월 26일. 비판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무심한 듯 국시모 활동과 활동가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성우 회원을 만났습니다. 한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나머지 손을 번쩍 들며 웃으시는 모습에 멀리서도 바로 선생님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성우샘~!” 반갑게 손 흔들며 마주했습니다.

보경] 선생님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가리왕산이 떠올라요. 그 곳이 위험에 쳐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현장에 가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세요?
성우샘]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어려움은 없고! 처음 가리왕산을 간 것이 산과자연의친구우이령사람들(이하 우이령)을 통해서였죠. 점봉산 탐방 때 함께 한 사람들이 좋아 우이령에 관심이 가던 차에 가리왕산 조사 안내를 접하고 가슴이 동했던 것 같아요. ‘조사’라는 것이 얼마나 재밌어요. 나는 산타는 것도 좋아하니 마냥 신났죠. 가리왕산에 스키장을 만들겠다는 사업발표 전 만항재 등 대안지를 찾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당시 동행한 젊은 친구들의 묵묵한 움직임에 마음이 열렸어요. 본인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실천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함께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할까요.
그 후 지속적으로 우이령에서 진행하는 가리왕산 모니터링에 참여했어요.
많지 않은 인원이 오랜 시간 그곳을 조사하고 기록했어요. 지금 우리가 이마만큼이라도 복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보경] 공감합니다. 우이령은 티내지 않고 묵묵하게 가리왕산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동력이 무엇일까요?
성우샘] 한마디로 실천성이 강해요. 설령 그 시작이 다소 미약하더라도 추진해가는 힘으로 진행되어온 많은 일들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결합력이 생길 수 있었다고 보는 거죠. 그러한 결합 속에서 가리왕산, 내성천 등 지키고자 하는 곳에 헌신적인 사람들이 생겨나죠. 실천성이 담보로 된 무엇이죠. 이처럼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느끼면서 애정이 생기고 열정이 새겨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 사람은 참여하는 단체에 진정한 서포터가 될 수 있겠죠. 이러한 지원자가 하나 둘 모여 단체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경] 국시모에도 정말 필요한 것이 실천성인 것 같아요. 회원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할 때에 늘 고민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국시모는 어떻게 회원들과 실천적 활동을 만들 수 있을까요?
성우샘] 국시모와 처음 연을 맺게 된 것이 지리산만인보였어요. 단순히 지리산을 걷는 것이 아니라 묵언하며 걷기 등 재밌고 다양한 시도를 했지요. 우리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의 회원인 만큼 단순한 산행이 아닌 충분히 주변을 느끼고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걸음을 원했는데 이를 충족시켜주어 좋았어요. 그리고 2018년에 아고산대조사단, 사운드스케이프모니터링단 등의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떠올려 봐요. 개인적으로 참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속력이 있어야한다 생각하고요. 그 때에 필요한 것은 참여자들에게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게 제시해야한다는 거예요.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도 않죠. 오히려 소수라도 3년이고 5년이고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국립공원에 조사를 다닐 수 있는 실천력을 겸비한 참여자가 함께 해준다면, 이것은 시민단체의 회원 혹은 시민활동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지점이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국립공원의 해발고도 1,400미터 이상인 아고산대에 10~20명 정도의 인원이 늦봄, 초여름, 초가을, 초겨울 정도의 간격으로 3~5년간 조사를 다니는 거죠. 이렇게 활동하면서 국시모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이가 생기게 될 거에요. 그 가운데 좀 더 심도 깊은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5명만 남게 되어도 엄청난 일이라 생각해요.
여기에 더해서 국시모에 큰 자원인 전문가들의 도움도 결합하고요. 다만 전문가에게 의지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전문적 지식에 대해 도움을 청하고 이를 또 함께 풀어 가면 되는 거죠.


이성우 회원, 일터에서

보경]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국시모 집행위에 회원은 1-2명이에요. 회원들 역시 심도 깊은 국시모의 활동에 대해 편안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성우샘] 내용성이 있는 회원결합이 필요하죠. 회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해요. 
사무국이 진행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여력이 안 되는 활동들이 분명 존재할거에요. 그런 때에 회원이 서포터가 되는 거예요. 이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놀러가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내용성에 집중해야한다는 점이에요.
다중을 고려한다는 것은 어려워요. 앞서 말한 활동을 통해서 좀 더 실천력 있는 소수와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일 거예요. 다중에게 물으면 취향에 맞는 답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시민운동도 그렇고 무언가를 딱 틀어쥐고 만들어낼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소수, 선구자가 필요하기도 해요. 그러한 과정에서 공평한 합리성을 찾아가야하는 것이고요. 또한 이것은 함께 하는 이들 간의 대등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겠죠. 그래서 이미 언급했듯 전문가나 연장자 등의 계급은 필요치 않아요.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을 나누고 활용하면 되는 것이죠.
적은 인원이라도 국시모 활동에 단순한 참여를 넘어 깊이 있는 내용으로 발전시키고픈 회원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장도 필요해요. 누차 말했듯 사무국이 떠먹여주는 것이 아닌 회원들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 주어야하는 것은 사무국의 몫이겠죠.

보경] 지금까지 주신 말씀에 충분히 녹아있긴 하지만, 선생님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가요?
성우샘] 지금 보경씨 세대보다 예전엔 힘들었지만 어떤 면에선 훨씬 열정적이었고 낭만이 있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나는 정말 좋은 시대를 만나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옳고 그름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는 시대를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잘 사는 거지요. 지금은 모든 것을 경쟁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어서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도 없게 되어버린 것만 같아요. 이런 사회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말이죠.
나이가 많건 적건,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에 있건 혹은 남자건 여자건 일단은 인간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언제든 대등한 관계 속에서 살아갔으면 해요.
낭만을 즐기되 온전히 자신의 열정을 쏟아서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내고 상대의 취향을 문제 삼기보다는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 고민거리가 많은 그런 세상이었으면 해요.
세상에는 어차피 다양한 이들이 존재하고 서로 완벽하게 맞추어 살아가기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상대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그렇게 발맞추어 가고 싶네요.

인터뷰 말미에 최근 본인의 출판사에서 발간한 선조의 기억록이나 개인적인 몇 가지를 여쭈었습니다. 쉼 없이 국시모의 회원프로그램과 활동에 대해 열정적으로 조언해주신 모습은 오간데 없이 무엇 하나 내세우지 않으시며 이 부분은 우리끼리 나누고 넘어가자고 하시는 이성우 회원입니다.
우이령과 가리왕산, 지리산만인보와 국시모, 우연히 마주한 선조의 사진이 궁금해 조우한 박물관 관장과 기억록까지, 그 시작에는 늘 그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이 함께였던 것 같습니다. 이성우 회원이 언제까지나 낭만과 열정을 품고 실천하는 어른으로 살아가며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1인이 되어주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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