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회의 이슈리포트] Vol.7. 기후위기 시대, 항공토건을 멈춰라! (3) 흑산공항

관리자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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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회의는 전국 47개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연대기구입니다. 현 정부와 국회의 천인공노할 생태 학살 정책에 깊이 분노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환경파괴 정책과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상황실’을 구성하여 환경 현안 및 총선을 대응합니다.



전무후무한 국립공원 꼼수 해제를 해낸 흑산공항


국토교통부는 신공항 건설을 비롯하여 소형공항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울릉공항, 백령공항, 흑산공항이 그 대상입니다. 하지만 최근 항공사들이 소형공항 기준 항공기인 50인승 항공기를 더이상 취항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소형공항 사업을 80인승 항공기가 취항 가능한 공항시설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흑산공항은 2002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경비행장 개발방안 조사'에 나서면서 시작됐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자연공원법」의 규제를 완화하며 공항을 공익시설로 편입시켜 국립공원 내에도 공항설치를 가능하게 한 이후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도 흑산공항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예산까지 배정했습니다. 하지만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에만 예산이 낭비되고 공항 설치는 요원합니다. 흑산공항은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그 무엇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상악화로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는데 항공기는 운항할 수 있을까?

섬에서 육지를 오가기 위한 유일한 교통수단인 선박이 해상 상황에 따라 운항이 통제되면 주민들은 이동이 제한됩니다. 이렇듯 지역주민의 교통기본권을 배경으로 흑산공항 설치 계획이 추진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인해 선박이 운항하지 못하는 경우 항공기 역시 운항이 어렵습니다. 항공기의 결항 원인의 가장 높은 빈도가 ‘기상악화’임을 고려했을 때 정부와 지자체(신안군)의 내세운 이동권 확보에 공항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주민 이동편의성 증대와 관광활성화를 내세우면서 공항 및 항공기 안전성, 공항의 경제성과 환경영향에 대해 명확한 답은 내놓지 않는 것은 모순입니다. 또한 응급상황 대처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전문가들은 응급환자 항공 이송은 이동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 민간 항공기에 응급시설과 의료진을 갖추기도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밝혀왔습니다.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위원장이 감금되고 이해당사자가 표결에 참여했다고?

국립공원위원회는 국립공원(자연공원)의 계획 변경 등의 허가사항을 심의합니다. 국립공원과 관련된 대부분의 결정이 위원회를 통해 허가 또는 불허됩니다. 국립공원위원회에는 다양한 위원들이 참여하는데,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흑산공항 사업을 심의하는 자리에 국토교통부 소속의 당연직 위원이 표결에 참여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 11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회부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공원계획 변경(안)-흑산공항 건설사업’ 안건은 아래의 사항에 따라 조건부 보류되었습니다.


① 소규모 공항과 제3의 합리적 대안(헬기, 선박 운항 강화 등)을 비교·평가하여 제시

② 흑산공항 건설사업에 대해서 국방부, 문광부, 해수부 등과 충분한 협의 실시

③ 심의안건에 제시된 각종 자료(경제성, 항공기 조류 충돌 가능성, 공항입지 대안별검토자료 등)를 재검토한 후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B/C가 4.38인 근거, 철새 보호대책, 관광객 수요 예측근거)



2차례 보완 후 2018년 7월에 열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다시 심의하였으나, 타당성판단 등에 대한 정보 부족, 분야별 쟁점에 대한 추가 기술적 검토 등의 내용이 부족하여 ‘계속심의(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심의하는 것)’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2018년 9월 19일 초유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국립공원위원회 회의 중 박우량 신안군수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인 환경부 차관을 감금한 것입니다. 신안군수가 환경부 차관에게 면담 요청을 해 회의실 옆방으로 자리를 옮기자 신안군 관계자들이 집기로 출입문을 막고 심의를 연기하라며 고성을 질러 경찰이 출동한 사건입니다. 한 달 뒤 2018년 10월, ‘다도해해상국립 공원계획 변경(안)’ 심의는 파행 끝에 중단됐고 흑산공항 사업은 좌초 되는 듯 했습니다.


흑산공항 활주로 부지, 어제는 국립공원이었지만 오늘은 국립공원이 아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도지구에 황당한 일이 발생합니다. 2023년 1월 31일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도지구 예리 일원의 흑산공항 활주로 부지를 공원구역에서 해제했습니다.  ‘지역숙원사업’을 이유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다른 지구의 공원구역조정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흑산도만 급히 공원구역조정 심의를 마쳤습니다. 국립공원지역 꼼수 해제를 통해 그동안 논의가 중단되었던 흑산공항 사업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활주로 부지의 생태계는 1월 30일과 다름이 없는데 1월 31일에는 갑자기 공항사업으로 인해 공원의 가치가 사라진 지역이 되었습니다. 신안군은 국립공원위원회가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지 않고 꼼수 해제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간 논의사항과 시간, 과정과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활주로 부지만 공원구역에서 해제하겠다는 공원계획을 제출하였고, 허가되었습니다.


10년마다 이루어지는 자연공원 타당성조사, 국립공원 기본계획 등을 통해 공원구역 조정이 가능합니다. 이 때 ‘상호교환제도’를 통해 일정 공원지역을 부분 해제하고, 새로운 지역을 편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최대로 악용한 것이 흑산공항입니다. 이미 해양수산부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있는 비금도의 명사십리해변을 흑산도 공원해제지역의 대체지로 지정하였습니다. 이 최악의 결정을 두고 환경부와 신안군은 더 많은 면적이 공원지역으로 지정되었다며 자찬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국립공원 내 공익시설을 설치할 때 갈등이 심화되면 흑산공항의 선례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갈등을 겪느니 국립공원 해제해달라는 민원을 넣고, 대체부지를 제안하면 국립공원위원회 등의 문제 지적에 대한 보완, 심의없이 쉽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난온대성의 독특한 식물상과 철새 이동경로를 포기하고 공항을 짓는다고?

흑산도는 대륙계인 북부형 식물과 아열대 지방의 남부형 식물이 자라고, 난온대성인 난대형 식물과 상록활엽수림대가 형성된 독특한 자연환경을 자랑합니다. 공항 대상부지는 곰솔이 도태되고 새롭게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 우세해 난온대 상록활엽수림대에서 가장 발달된 극상 단계의 숲이 관찰됩니다. 특히 동백나무군락은 한국과 일본 등에 서의 난온대 상록활엽수림대를 대표하는 구성종으로 식생학적 보존가치가 큽니다. 환경부는 이러한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보전하기를 포기하고, 공항 활주로로 개발하도록 내어주었습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의 중간기착지가 한국의 갯벌입니다. 국제적인 철새 이동과 보전에 큰 역할을 하는 한국의 갯벌 중 흑산도가 속한 신안군은 전국 최대면적의 습지보호지역을 자랑합니다. 그 중요성과 상징성을 신안군이 모를리 만무합니다. 신안군은 2007년부터 동아시아 철새와 서식지 보전을 위해 국제철새심포지엄을 주관하고 있으며, 흑산도에는 국립공원공단 조류연구센터(前 철새연구센터)가 위치합니다. 하지만 흑산공항 계획은 조류충돌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 등에서 조류충돌 위험성 분석에 대한 현장조사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항예정부지인 예리지역의 철새이동 방향, 이동 고도 등 기초자료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공항계획에는 조류충돌을 막기 위해 국립공원에서 공포탄, 폭음기, 경보기를 사용하겠다는 무모한 발상까지 담겼습니다. 철새를 비롯한 조류의 이동이 많은 흑산도에 공항이 들어서는 것은 안전과 환경 모두 내팽개치는 것입니다. 


경제성 없고 환경파괴와 주민 피해만 가중하는 흑산공항 사업을 중단할 기회

기존 50인승 수용 공항에서 80인승 수용 공항으로 계획이 바뀌며 흑산공항은 ‘터닝포인트’를 맞이했습니다. 기존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가 중지된 지금이야말로 사업을 백지화 할 기회입니다.

흑산공항은 경제성을 비롯하여 안전성, 주민갈등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있습니다. 이미 몇년 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예산이 불용되어 현재까지 환경영향평가서 등 사전 작업만 진행되었습니다. 지금 사업을 취소하면 매몰비용도 적게 발생합니다. 


진정 주민을 위한다면 경제성도 안전성도 없고,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에게 돌아갈 혜택도 없는 흑산공항 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이동권을 확대하려면 육지에 거처가 있는 주민을 위해 목포로 가는 선박 운항 횟수를 늘리고, 건강권을 확보하면 흑산도나 인근 섬의 응급의료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공공성도 명분도 없는 흑산공항을 둘러싼 국립공원 꼼수 해제라는 촌극을 반성하고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국립공원에서 해제된 지역을 다시 국립공원으로 돌려놓고, 흑산공항 계획은 전면 백지화 해야 합니다.



관련 언론보도

국립공원위 흑산공항 심의 경찰 출동 등 파행. 한겨레. 2018. 09. 19.

"법치 운운 윤석열 정부, 정작 ‘꼼수’로 흑산공항 짓는다". 프레시안. 2023. 02. 14.

지방 공항 14곳 중 11곳 만년적자인데… 8개 더 짓는다고? [공항 양극화시대 지방이 무너진다 <2>]. 파이낸셜뉴스. 2023. 10. 11.

육지 대형 공항들도 적자 수두룩한데, 섬 소형공항 건설 괜찮을까. 서울파이낸스. 2023. 11. 10.



참고자료

흑산공항 추진 실태보고서 2022.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2022.

[논평] 흑산공항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 한국환경회의. 2023. 02. 02.

[2023 국정감사] 비용 줄이려 안전 무시한 울릉공항 돌고돌아 예타탈락안 회귀?. 국회의원심상정의원실. 202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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