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박하윤 회원

admin
20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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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랑을 만들고 싶은 마음

초록숨소리에 사랑의 숨결을 더하고 있는 박하윤 회원은 나의 학창시절 친구이다. 그 시절 하윤이는 다정하고 재미있고 느긋한 친구였다. 오랜만에 만난 하윤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하윤과 그녀의 남편을 닮아 길쭉한 딸 소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차근차근 함께 이야기해주는 하윤이를 보며 그 변함없음에 괜히 흐뭇해졌다.
동물을 좋아하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에게 이로움을 줄까 생각한다는 하윤은 국시모를 후원하고 소식지에 이야기를 담는 것 역시 그 방식 중 하나라고 했다.
인터뷰 질문을 준비했지만 수년 만에 마주하고 앉은 우리는 그저 편하고 배불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Bo. 지쳐 보이네 하윤아. 회사일이 힘드니? 아이 돌보며 일한다는 게 쉽지 않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이유는?

Ha. 응. 요즘 좀 그러네. 10년 넘게 일한 곳이라 업무가 힘들다기보다는 요즘 시기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면모를 마주하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아.
그래도 나는 정말 행운아지. 엄마, 언니, 남편이 모두 도와주거든. 소이는 어린이집에서 유아보육사인 엄마가 돌봐주고 아이 둘이 있는 언니가 근방에 살아 소이와 조카들이 어울릴 수 있고 요리까지 도맡아 해주는 든든한 남편도 있으니깐.
혼자 모두 해내야 했다면 일하기 힘들었을 거야. 가족들에게 너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그래.
나 역시 소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그래서 주말에는 최대한 나가려해. 집에 있으면 아이에게 죄 짓는 기분이거든.
주말에 소이와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가. 그곳에서 지렁이를 발견해, 내가 그 지렁이가 되어 소이에게 말을 걸어. 그럼 소이는 참 좋아해. 소이와의 시간 중 사랑이 충만한 순간이야.
사랑스런 소이와의 시간을 내주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음……솔직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맞벌이인데도 그러네. 소이에게 지금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돈을 많이 쓰나봐. 하하


지난여름 싱가폴 주롱새공원, 늘 고마운 엄마와 함께 한 가족여행

Bo. 딸에게 보내는 자연이야기는 정말 너의 마음이겠다. ^^ 회원들이 궁금해 할 ‘딸에게 보내는 자연이야기’의 작업 과정을 알려줘.

Ha. 음..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구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아. 일단 어떤 것을 그릴지 마음 정하면 그림 그리는 것은 금방이야.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것, 여행하며 문득 떠오른 무언가를 담으려 해. 나의 과거와 소이의 지금이, 혹은 우리의 미래가 담기는 이야기들이지.


초록숨소리 지난 호 작업 중.. 함께 사는 고양이 먼지

Bo. 네가 예전부터 그림도 잘 그리고 동물에 관심 있었던 건 알았어. 이렇게 국시모와 작업하기 전에도 국립공원에 대해 생각해 봤어? 어느 국립공원에 가봤니?
Ha. 아니. 특별히 ‘국립공원’에 대한 인식이 없었어. 국립공원이 있고 그곳을 관리하는 시설이 있겠구나 정도의 생각?
특히 이렇게 국립공원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
북한산은 회사 야유회로 갔던 기억이 나. 다른 곳은 아직 못 가봤어. 아니 어쩌면 갔는데 내가 기억을 못할 수도 있겠다. (그래, 우리 고등학교 수학여행 설악산 간 적 있어!)

Bo. 그래. 소이 더 크면 같이 가자 국립공원에! 지금 우리 대화의 대부분은 ‘소이’가 빠지질 않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좋으니 하윤아?
Ha. 음.. 솔직히 결혼은 안 해도 괜찮을 거 같아. 내 성향을 들여다봐도 실은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소이가 등장하고는 좀 다른 거 같아. 세상이 달라져.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놀랍고 기적 같은 일일거야. 보경이 너도 그 마음은 꼭 느껴봤으면 좋겠어.
참 좋아. 남편과 소이와 내가 가족이 되어 느끼는 사랑이 있고 삶을 꾸려간다는 것이.
그리고 소이가 태어나고 환경에 관심이 더 가는 게 사실이야. 나만 생각하고 바로 코앞만 바라보던 내가 소이가 살아갈 앞날을 걱정하게 되었다고 할까.
우리들이 사는 것 자체가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려 생각은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 소이 기저귀만 생각해도 ‘이게 썩으려면 100년이 걸린다는데’ 라고 걱정하면서도 천기저귀를 쓰지는 못했던 게 나의 현실이거든.
그래도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하려고해. 플라스틱 병에 붙은 스티커를 떼어내고 분리수거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아직 멀었지.

Bo. 그것도 대단해 하윤아.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절반은 시작일거야. 여기서 돌발 질문.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에 들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를 제일 먼저 가고 싶은가요?’
Ha. 하하하. 미안. 지난주에 언니랑 태국여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딱 떠오르는 곳이 없네. 많이는 아니어도 여행 다니려고 하는 편이야. 일상을 버티는 힘이거든.
참, 흑산도! 흑산도 가보고 싶다, 배로!


밤 9시를 넘기니 하윤도 나도 눈이 가물가물 했다. 배웅해준다며 신나게 나섰다 금세 이유 없이(나름 이유가 있었을 테지!) 새초롬해진 소이를 데리고 하윤인 집으로 돌아갔다.
하윤이는 사람이 태어나므로 오염되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 했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가장 잘 한 일은 아이를 낳은 일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는 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많은 사람의 애씀이 당연한 수고는 아닐는지.
우리가 그렇게도 말하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국립공원을 보전하는 일’ 역시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 하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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