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지리산주민들 그리고 반달가슴곰 (윤주옥 공동대표 인터뷰)

admin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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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경남, 전남, 전북 등 3개 도에 걸쳐 483.022㎢의 가장 넓은 면적을 지닌 제1호 국립공원이자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나름의 의미로 자리한 공간이다.
이런 지리산국립공원에 감히 모노레일, 케이블카, 산악열차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알프스하동프로젝트는 수천억의 예산을 들여 지리산 화개~악양~청암면 지역에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 호텔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그것도 모자라 한걸음모델이라며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사업추진을 끌고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결국 사업은 백지화되었고 우리들의 지리산은 무사할 수 있었다.
지리산산악열차 시범사업을 백지화하기 위한 숱한 노력들 중심에 지리산주민들은 빠지지 않았다. 지리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곳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고 한다.
지리산주민인 윤주옥 공동대표에게 이번 사업을 백지화하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형제봉 자락에서 바라본 악양마을


국] 지리산산악열차 시범사업이 폐기되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이며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지리산권 주민들의 조용하지만 강인했던 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지리산을 지켰나요?
윤] 지리산자락 사람들에게 지리산은 삶입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힘들거나 지칠 때 우리들은 지리산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위로 합니다. 지리산에 오르지 않아도 지리산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우리는 지리산이 지금 모습 그대로, 이왕이면 지리산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관점에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지리산을 삶터로 살아가는 수많은 동식물과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온 지역사람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렇기에 지리산에 모노레일, 케이블카, 산악열차가 들어오는 걸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리산을 그 자체로 생명 있는 존재로 받아들인다면, 나무를 자르고, 반달가슴곰을 내쫓고, 숲을 파헤치며 길을 내는 일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과 함께 살아가려 내려온 청년들은 말합니다. ‘지리산 품에서 기꺼이 불편하게’라고. 누가 강요하거나 누구를 따라서가 아니라, 각자의 의지로 지리산을 선택하였기에 지리산이 몇몇의 이익을 위해,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기업과 자본의 이윤만을 위해 이용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들, 지리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은 지리산이 온전히 지리산으로써 그 자리에 있기를 바랍니다.

국] 시범사업 예정지였던 형제봉에 반달가슴곰이 출현했습니다. 이전에 우리를 안타깝게 했던 km-55, km-53을 생각해봅니다. 언젠가부터 반달가슴곰의 출현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특히 지리산과 지리산 주민들에게 반달가슴곰은 어떤 의미일까요?
윤] 지리산자락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동물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야생동물은 우리들에게 해를 끼칠 때도 있었지만 각자의 존재를 존중하며 살아왔습니다.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서 자취를 감춘 계기는 일제강점기시기 일본인들에 의한 대량 학살, 한국전쟁과 산업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돈 많은 사람들의 보신을 위한 밀렵 등입니다.
사람들에 의해 멸종위기에 몰렸던 반달가슴곰을 환경부가 지리산에서 복원하기로 결정했을 때, 지리산자락 사람들은 반대했습니다. 반달가슴곰은 힘이 센 동물이고 지리산자락에는 반달가슴곰 때문에 죽은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회자되었기에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 나물, 고로쇠 등을 채취해야하는 주민들에게는 몹시 두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환경부가 삶의 방식을 바꾸거나,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대신 다른 방식의 삶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갖고 지역사람들을 설득하지 않았으니 당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2004년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달가슴곰의 특성이 제대로 알려지고, 반달가슴곰이 살면서 지리산의 가치가 더 높아졌습니다. 또한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피해는 100% 보상되는 등의 체계가 갖추어지면서 이제 지리산자락 사람들은 반달가슴곰과 함께 사는 삶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역적 편차가 있지만, 반달가슴곰마을학교가 진행되고, 반달가슴곰주민해설사가 양성되고, 반달가슴곰 관련 상품이 더 잘 팔리는 등 이제 지리산은 반달가슴곰과 하나의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으며 사람들도 반달가슴곰이 사는 지리산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있습니다.

국] 대다수의 바람대로 ‘지리산 그대로’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마음과 행동으로 힘을 다한 지리산주민들이 있고, 나름대로 한 몫 한 반달가슴곰이 있었습니다. 지리산과 지리산주민들 그리고 반달가슴곰이 온전히 지속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제 우리는 어떤 힘을 보태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윤] 지금도 여전히 하동군은 산악열차, 케이블카 모노레일을 하겠다고 하고, 남원시는 산악열차를 하겠다고 하고, 구례군은 케이블카를 원하고, 산청군과 함양군도 케이블카를 포기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개발사업을 막는 것보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생각하고 말하고 실천해야할 과제입니다. 지금 지리산자락 사람들은 생태적 삶,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자원이 재순환되는 삶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논의와 구체적인 실천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리산과 반달가슴곰, 우리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현실의 개발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지리산의 가치를 확장하고 지리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각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겠습니다.
지리산을 그리워하는 분들도, 지리산자락 사람들의 마음에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떻게요? 이런 겁니다. 이왕에 살 거라면 반달가슴곰 스티커가 있는 농산물을 사고, 지리산에 올 때는 개인차량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지리산자락에 와서는 지역사람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에서 자는 겁니다. 지역사람들의 언어로 그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듣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지리산을 높이 오르지 않아도 마을 길, 둘레길, 숲길, 강 길을 걸으면서 지리산을 느끼고, 여유가 있다면 지역사람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빵집에 들러 소박한 삶에 대해 공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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