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립공원공단, 경영실적평가 최하위 낙제점… 이름 빼고 다 바꿔야 한다

관리자
202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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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국립공원공단, 경영실적평가 최하위 낙제점… 이름 빼고 다 바꿔야 한다 

- 보호지역 전문기관이라는 간판 뒤, 관료와 비전문가가 채운 ‘시설관리공단’의 민낯


국립공원공단이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위 ‘아주 미흡(E)’을 받았다. 평가 대상 88개 기관 중 E등급은 단 3곳이며, 그중 자연 보전을 본업으로 내건 기관은 공단이 유일하다.


이 낙제점은 ‘보호지역 전문기관’이라는 간판 뒤에 가려진 ‘시설관리공단’의 민낯을 드러냈다. 공단은 자신을 ‘보호지역 전문기관’이라 부르지만, 그 명칭이 공론의 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막상 공단만 모르는 듯하다.

 

실제로 주요 사업과 안전, 재무, 혁신을 보는 경영평가가 드러낸 것은, 공단이 본업인 보전에서 비켜서 있다는 사실이다. 공단은 ‘2030년 탐방객 5천만 명’을 전면에 내걸었다. 여기에서 문제는 단순히 시설 확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불러들여 탐방 압력을 스스로 키우는 방향을 관리 목표로 삼았다는 데에 있다.

 

보전해야 할 기관이 도리어 관리 부담을 자청한 셈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으로 떠넘겨졌다. 반면 보전의 과학적 토대를 책임질 연구 기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위축됐다. 조직의 무게중심이 ‘지키는 일’이 아니라 ‘불러들이는 일’로 쏠린 것이다.

 

이 방향은 보전만 위협하지 않는다. 사람이 몰릴수록 사고 위험도 커지는 만큼, ‘5천만 명’이라는 목표는 안전 부담까지 함께 키운다.

 

그 부담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단에서 사망사고, 곧 중대재해가 발생해 기관장이 경고 조치를 받았다. 공원 현장의 안전 문제는 일회적 사고가 아니라 되풀이됐다.

 

그럼에도 탐방객의 안전과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탐방안전 상임이사’ 자리는 재난 안전 전문가가 아니라 대한불교조계종 출신 인사가 거듭 맡아 왔다. 산과 바다를 통틀어 연 수천만 명이 오가는 현장에서 안전은 고도의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직무다. 그 자리를 직무와 무관한 인사로 채워 온 관행은 이번 안전관리 부실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의 근원은 지배구조에 있다. 과거 낙하산 인사의 전유물이던 이사장 자리는 최근 환경부 고위 관료가 연이어 독식했고, 자원보전이사 마저 환경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그 결과 공단은 독자적 보전 철학으로 부처를 견제하기는커녕 상부의 결정을 그대로 집행하는 하부 기관에 머물렀다. 경영을 독립적으로 감시해야 할 상임감사까지 보전과 무관한 외부 인사의 몫이 되면서 견제 장치가 헐거워졌다. 외부의 시각을 대변해야 할 비상임이사에 이르러서는 누가 어떤 경로로 선임되는지조차 밖에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병폐는 상층부에만 있지 않다. 시설 중심으로 굳어진 예산 운영은 조직문화를 경직시켰고,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의 거리는 현장에서의 괴리감을 낳았으며, 과업보다 인사에 좌우되는 업무 구조는 공단이 오래 풀지 못한 숙제다.

 

국립공원 보전은 지역주민과 학계, 시민사회, 관계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공단은 국내 최대 규모의 보호지역 관리 인력을 갖추고도 그 역량을 현장의 신뢰와 협력으로 이어 가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리키듯, ‘E’는 우연이 아니라 누적된 구조가 드러난 결과다. 현장을 지켜 온 레인저들의 헌신에도 조직이 향한 방향은 끝내 보전이 아니었다.

 

책임은 공단에만 있지 않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체계를 근본부터 흔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흑산공항 앞에서 정권의 눈치만 살피며, 제도 개선도 경영 개선도 손 놓았다.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느라 보전 부처로서의 기능을 잃었고, 변화하는 보호지역 관리의 흐름도 놓쳤다. 사무관 한 사람의 판단에 조직 전체가 좌우될 만큼 폐쇄적으로 운영돼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이 모두가 이번 경영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두 사업을 손보는 응급처치가 아니라, 보전 전문성과 무관하게 짜인 임원 인사와 이용·실적에 치우친 사업 구조라는 환부를 도려내는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수술이다. 무엇보다 ‘탐방객 수’와 외형 실적에 맞춰진 경영실적 평가지표부터 바꿔, 보전 성과와 현장에서 묵묵히 쌓아 온 노력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내년이면 국립공원 제도 도입 60년이다. 그 길목에 선 공단은 이름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2026년 6월 28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문의] 정인철 사무국장(010-5490-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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