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리산산악열차 우선 협약 선정을 취소하라

이이자희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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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용 친환경운송시스템 시범사업 공모 관련하여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남원시 우선협약 대상기관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은 '산악용 친환경운송시스템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의 우선협약 대상기관으로 남원시를 선정했다. 이 사업은 철도연이 연구 개발한 산악벽지형 궤도 시설을 시범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철도연이 펴낸 시범사업 공모안내서에 의하면 공모에 응하는 지자체는 시범노선뿐 아니라 연장노선을 반드시 제안해야 하며, 제안노선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 하고 경제성, 재무성 등을 분석한 상용화 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태백, 울릉, 남원이 공모에 신청했으며 태백, 울릉은 사전적격성 검토에서 탈락하고 남원이 우선협약 대상기관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도연의 남원시 우선협약 대상기관 선정이 과연 타당한 것이었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철도연과 남원시는 2013년 ‘친환경 녹색교통기술 구현을 위한 지리산 산악철도 공동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였고 이후에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2020년 남원시 주민설명회에는 철도연의 서승일 박사가 직접 참석해 발표를 하였다. 한때 철도연이 최근 10년 동안 산악벽지형 궤도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 지자체에 배점하려고 한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며 2013년 이후 지리산 산악열차 도입을 위해 수차례 연구 용역을 진행한 남원시에 대한 특혜 논란을 일었다. 비록 해당 배점제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사전적격성 검토, 사업계획서 평가를 남원시에 유리하게 진행하지 않았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사전적격성 평가항목 6번은 자연공원법 시행령 준수 여부를 묻고 있다. 법에 따르면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에서의 궤도 시설은 정원 50명 이하로 제한된다. 남원시가 애초 계획했던 지리산 산악열차의 정원은 자연공원법에 저촉되는 82명이었다. 그런데 남원시는 동일한 설계의 산악열차를 정원 42명으로 바꾸어 공모에 응했다. 자연공원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50명 이하'라는 기준은 열차의 성능과 면적을 고려한 최대 정원을 가리킨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애초 82명으로 설계된 지리산 산악열차는 자연공원법을 준수할 수 없다. 그런데 사전적격성 평가항목에서는 '제안노선에서 승객 50명 이하로 상용운영 계획인가?'라고 법규를 살짝 비틀어 묻고 있다. 


이 질문은 올바르지 않다. '50명용 이하'라는 법 규정과 '50명 이하로 상용운영'한다는 말은 큰 차이가 있다. 후자는 열차 규모를 무시한다. 후자 기준이라면 100명 혹은 200명 탑승 규모의 열차를 만들어도 50명 이하로만 상용운영 한다면 합법이라는 말이 되며, 이것은 자연공원법을 무력화시키는 위험한 시도이다. 

남원시가 제출한 3량 1편성 82명 규모의 지리산 산악열차는 철도연이 개발하고 설계한 것이다. 남원시 용역 보고서는 열차 운행을 위해 자연공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남원시는 시범사업에 통과하기 위해 어떤 설계 변경도 없이 정원을 임의로 축소시켜 공모에 응했고, 철도연은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 사전적격성 검토에서 합격 처리했다. 


남원시의 공모 제안서 사업계획에는 또다른 심각한 오류가 등장한다. 

남원시는 지리산 산악열차가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공모 제안서에서는 2026년 기준으로 약 63만 명이 지리산 산악열차를 이용할 것이며, 경제성 평가는 이들을 모두 태운다는 것을 전제로 분석되었다. 

지리산 산악열차에 연간 63만 명이 탄다면 하루 평균 1726명이 타는 것이며, 하루 13시간 운행하므로 시간당 약 133명을 태워야 한다. 1시간에 2.4회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133명의 승객을 2.4회로 나누면 약 55명이다. 남원시는 산악열차 1대가 승객 55명을 태운다고 가정하고 경제성을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남원시의 공모제안서에서는 최대 정원을 42명으로 제시했다. 남원시 공모 제안서의 경제성 평가는 완전히 엉터리다.


열차운행계획 또한 엉터리다. 남원시는 4대의 산악열차를 하루 42회 왕복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육모정을 출발해 정령치까지 도달하려면 약 37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 계획은 실현가능하지 않다. 지리산 산악열차 궤도는 상-하행선이 나뉘어 있지 않은 단선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열차가 육모정을 출발하고 25분 뒤 두 번째 열차가 출발한다. 38분이 지나면 첫 열차는 정령치에 도착하고 두 번째 열차는 고기삼거리로 올라오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첫 열차는 정령치에서 1분 정거 후 다시 내려가야 하지만 두 번째 열차와 충돌할 것이기 때문에 내려갈 수 없다. 그리고 50분이 지나면 육모정에서 세 번째 열차가 출발한다. 조금 뒤 두 번째 열차가 정령치에 도착한다. 두 대의 열차는 정령치를 벗어날 수 없다. 세 번째 열차와 네 번째 열차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네 번째 열차가 정령치에 도착하기 전까지 앞선 열차들은 정령치에 있어야만 한다. 열차들이 모두 정령치에 묶여 있기 때문에 다섯 번째 열차느 출발할 수 없다. 25분마다 1대씩 출발시키겠다는 남원시의 열차운행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 

또한 계획대로 25분마다 1대씩 출발하더라도 하루 42회 왕복은 불가능하다. 하루에 13시간 운행되는데 대략 18.6분마다 1대씩 출발해야만 42회를 운행할 수 있는 것이다. 

남원시는 지리산 산악열차가 42회 운행한다는 것을 근거로 수익을 예측했는데, 이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토대로 경제성, 재무성 평가를 진행한 것이다. 


철도연의 시범사업 공모 평가 기준에는 제안노선의 경제적, 재무적 타당성 항목이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남원시의 경제성, 재무성 평가와 열차 운행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 하지만 남원시는 아무 문제없이 우선협약 대상기관으로 선정되었다. 국비를 포함하여 총사업비 1000억 원이 넘는 사업을 이토록 엉터리 검증을 토대로 진행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리는 자연공원법에 대한 엄격한 법리 검토와 신뢰할 만한 경제성, 재무성 평가에 기초하지 않은 이번 시범사업 공모 과정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부실한 검토에 기반한 남원시 우선협약 대상기관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 


2022년 8월 4일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 한국환경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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