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계 곰의 날, 반달가슴곰의 이동권은 누가 보장하는가

관리자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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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세계 곰의 날, 반달가슴곰의 이동권은 누가 보장하는가


2004년 첫 방사 이래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올해로 어느덧 22년째를 맞았다. 현재 야생에서 서식하는 개체는 93마리까지 늘어났으며, 매년 6마리에서 8마리가 자연에서 태어나고 있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최소 존속 개체군인 50마리를 이미 훌쩍 넘어선 성과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 뒤에 가려진 예산 편성의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제2차 복원 로드맵 대비 실제 편성된 예산은 2022년에 계획의 14.1% 수준인 26억 3,500만 원에 불과했으며, 2024년에도 17.5%라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개체 수만 늘리는 데 급급했을 뿐, 서식지 관리와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양적 성장과 질적 공백’의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이동권의 관점에서 볼 때, 당국의 통제 중심 관리는 이제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전체 93마리의 곰 중 위치 추적이 가능한 개체는 약 39%에 해당하는 36마리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문해야 할 점은 야생으로 돌아간 곰을 평생 24시간 내내 추적해야만 하는가이다. 진정한 의미의 종 복원은 개체를 일일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추적 장치 없이도 곰들이 스스로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건강한 서식 환경을 보장하는 데 있다.


정작 시급한 ‘확산 개체군 관리’를 위한 핵심 과제들은 여전히 ‘평가 예정’이거나 ‘보고서 작성 중’이라는 명목으로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 생태통로 정비 책임은 지자체 등으로 떠넘겨졌고, 국립공원 밖 지역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제는 마련조차 되지 않았다. 곰들이 지리산을 넘어 덕유산 등으로 서식지를 넓혀가는 현실에서 온전한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복원 사업은 그저 무책임한 풀어놓기에 불과할 것이다.


피해 보상 통계는 단절된 생태계가 낳은 뼈아픈 결과물이다. 2022년 한 해 보상액이 1억 1,759만 원에 달할 만큼 벌꿀 피해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의 본질은 늘어난 곰들이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지리산에 사실상 갇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 생태축이 끊겨 길을 잃은 곰들이 민가와 양봉장을 맴돌다 빚어진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또한, 다수의 곰이 올무나 농약 등 인위적인 사고로 폐사했다는 사실은 서식지의 위협 요인이 방치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 곰이 탐방로 주변 10m 이내에서 활동한 경우는 전체의 0.44%에 불과할 정도로 곰은 인간을 피해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과도한 공포 마케팅을 방치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세계 곰의 날을 맞아 우리는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전면적인 쇄신을 강력히 촉구한다. 수백억 원을 들여 복원한 곰들을 끝까지 감시하려는 낡은 통제 강박과, 곰들을 지리산에 억지로 가두어 갈등을 키우는 생태적 모순을 당장 끊어내야 한다. 진정한 공존은 닫힌 숲을 열어주고, 부당한 감금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예산 편성을 정상화하여 실질적인 서식지 관리 대책을 수립하고, 국립공원 외 지역의 관리 법제 마련과 확산 생태축 연결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 아울러 지리산 문수사에 갇힌 반달가슴곰들을 즉시 구조하여 모든 곰이 어떠한 억압도 없이 자연을 누비는 진정한 이동권을 실현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



2026년 3월 23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문의)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사무국장(010-5490-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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