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야생멧돼지 ASF 차단 광역울타리 관리방안」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방역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생태계와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정책적 결단과 실행 속도 모두에서 깊은 아쉬움을 남기는 만시지탄이다.
희생 뒤에 나온 '반쪽짜리' 대책
우선, 정책 결정의 시기가 너무 늦었다. 광역울타리 설치는 2022년에 중단되었고, 양돈농가의 방역체계 구축도 이미 완료되었다. ASF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정부는 생태 단절의 부작용을 사실상 방치해왔다. 결국 1,000마리가 넘는 천연기념물 산양의 집단 폐사라는 참혹한 비극이 발생하고 나서야, 그 희생을 '트리거' 삼아 뒤늦게 철거를 결정했다는 점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또한, 이번 로드맵은 정부 설치 광역울타리(1,630km)에만 국한된다. 심각한 생태 단절을 일으키는 지자체 1·2차 울타리(약 1,035km)에 대한 통합 관리 방안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한계가 명확하다.
가장 시급한 곳, 가장 느린 실행
더 큰 문제는 어렵게 내린 결정마저 실행이 지연되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생태적 가치가 가장 높은 설악산 국립공원 등을 1순위로 지정했으나, 실제 철거 시작 시점을 '2026년'으로 못 박았다. 당장 현장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내년 4월까지는 철거 작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이는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당장 올겨울을 또다시 울타리에 갇힌 채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함을 의미한다.
정부는 철거 전까지 동절기 대비를 위해 기존의 부분 개방 구간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덧붙였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1,630km에 달하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일부 구간을 추가로 개방하는 것이 과연 집단 폐사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의문이다. 시급성이 있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정부가 여전히 이 문제를 생색내기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이 계획을 단순한 임시 조치로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 구간의 생태 통로 기능을 완전히 복원하는 '사실상의 철거' 수준으로 대폭 이행해야 한다.
로드맵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설악산 이후의 순차적 철거 이행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강력한 연계 장치가 필수적이다. 현재 2, 3단계 구간(전체의 약 53.5%)에 대한 '중장기 검토', '모니터링 결과 참고'라는 모호한 기준으로는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다.
신속한 이행을 위한 3가지 개선과제
첫째, 산양의 핵심 서식지인 화천, 양구 등 강원 북부 지역과 울진·삼척 지역의 철거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이 지역들은 생태 연결성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개방 조치를 전제로 면밀한 사전 모니터링을 즉각 하고, 방역 안정성이 확인되는 즉시 완전 철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최상향 조정해야 한다.
둘째, 명확하고 구속력 있는 이행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 계량화된 위험도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기준 충족 시 다음 단계 철거가 자동으로 이행되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 모호한 조건에서 철거가 무기한 지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셋째, 철거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민·관·학 전문가 및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시·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철거 과정과 철거 후 생태계 회복력 및 회복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병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번 로드맵은 산양들의 비극적인 희생을 통해 얻은 값비싼 교훈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너무 많은 생명을 잃었다. ASF 차단울타리는 방역 초기에 필요했던 임시 시설물로, 종국에는 완전히 철거되어야 한다. 정부는 훼손된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겠다는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지금 당장 속도를 내야 한다. 지체된 생태 복원은 또 다른 재앙의 씨앗이 될 뿐이다. 중단 없는 이행과 책임 있는 실행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5년 11월 4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문의] 정인철 사무국장 (010-5490-1365), 이이자희 정책팀장 (010-4357-1024)
정부가 「야생멧돼지 ASF 차단 광역울타리 관리방안」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방역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생태계와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정책적 결단과 실행 속도 모두에서 깊은 아쉬움을 남기는 만시지탄이다.
희생 뒤에 나온 '반쪽짜리' 대책
우선, 정책 결정의 시기가 너무 늦었다. 광역울타리 설치는 2022년에 중단되었고, 양돈농가의 방역체계 구축도 이미 완료되었다. ASF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정부는 생태 단절의 부작용을 사실상 방치해왔다. 결국 1,000마리가 넘는 천연기념물 산양의 집단 폐사라는 참혹한 비극이 발생하고 나서야, 그 희생을 '트리거' 삼아 뒤늦게 철거를 결정했다는 점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또한, 이번 로드맵은 정부 설치 광역울타리(1,630km)에만 국한된다. 심각한 생태 단절을 일으키는 지자체 1·2차 울타리(약 1,035km)에 대한 통합 관리 방안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한계가 명확하다.
가장 시급한 곳, 가장 느린 실행
더 큰 문제는 어렵게 내린 결정마저 실행이 지연되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생태적 가치가 가장 높은 설악산 국립공원 등을 1순위로 지정했으나, 실제 철거 시작 시점을 '2026년'으로 못 박았다. 당장 현장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내년 4월까지는 철거 작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이는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당장 올겨울을 또다시 울타리에 갇힌 채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함을 의미한다.
정부는 철거 전까지 동절기 대비를 위해 기존의 부분 개방 구간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덧붙였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1,630km에 달하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일부 구간을 추가로 개방하는 것이 과연 집단 폐사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의문이다. 시급성이 있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정부가 여전히 이 문제를 생색내기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이 계획을 단순한 임시 조치로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 구간의 생태 통로 기능을 완전히 복원하는 '사실상의 철거' 수준으로 대폭 이행해야 한다.
로드맵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설악산 이후의 순차적 철거 이행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강력한 연계 장치가 필수적이다. 현재 2, 3단계 구간(전체의 약 53.5%)에 대한 '중장기 검토', '모니터링 결과 참고'라는 모호한 기준으로는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다.
신속한 이행을 위한 3가지 개선과제
첫째, 산양의 핵심 서식지인 화천, 양구 등 강원 북부 지역과 울진·삼척 지역의 철거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이 지역들은 생태 연결성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개방 조치를 전제로 면밀한 사전 모니터링을 즉각 하고, 방역 안정성이 확인되는 즉시 완전 철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최상향 조정해야 한다.
둘째, 명확하고 구속력 있는 이행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 계량화된 위험도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기준 충족 시 다음 단계 철거가 자동으로 이행되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 모호한 조건에서 철거가 무기한 지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셋째, 철거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민·관·학 전문가 및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시·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철거 과정과 철거 후 생태계 회복력 및 회복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병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번 로드맵은 산양들의 비극적인 희생을 통해 얻은 값비싼 교훈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너무 많은 생명을 잃었다. ASF 차단울타리는 방역 초기에 필요했던 임시 시설물로, 종국에는 완전히 철거되어야 한다. 정부는 훼손된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겠다는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지금 당장 속도를 내야 한다. 지체된 생태 복원은 또 다른 재앙의 씨앗이 될 뿐이다. 중단 없는 이행과 책임 있는 실행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5년 11월 4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문의] 정인철 사무국장 (010-5490-1365), 이이자희 정책팀장 (010-4357-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