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당시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이 2017년 4월 28일 양양군청에서 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관련 현장조사'를 시작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헌법을 유린한 혐의를 받는 자가, 한때는 국가의 자연유산을 심판대에 올렸다. 12·3 불법 계엄 사태의 핵심 공모자로 지목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됐다. 그의 구속은 단지 한 권력자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과거 자의적으로 재단했던 '공익'의 실체는 무엇이었는지, 그 결정들의 정당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특히 10년 가까이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논란의 중심에, 바로 그의 비틀린 공정함이 자리하고 있다.
2016년 12월, 문화재위원회는 산양 서식지 파괴와 아고산대 생태계 훼손 등 명백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부결했다. 그 결정은 각 분야 전문가가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숙의 끝에 내린 합리적 결론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끝나지 않았다. 양양군은 이에 불복했고, 당시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이었던 이상민은 기꺼이 그들의 주장을 인용했다.
훗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회고하며 “중립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했음에도… (환경단체 등이) 재결 결과를 비판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치 자신이 편견에 맞서 합리성을 수호한 것처럼 그 외피를 둘렀다. 하지만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한 혐의를 받는 지금, 그가 설파했던 공정과 중립이 얼마나 허울 좋은 기만이자, 법 논리를 앞세운 독선이었는지 섬뜩하게 다가올 뿐이다.
이상민의 중앙행심위가 어떻게 전문가 집단의 과학적 결정을 ‘부당하다’고 뒤집을 수 있었는지 들여다보면, 그들이 휘두른 칼날은 바로 국민의 문화향유권이라는 편리하고 추상적인 논리였다. 그들은 케이블카가 교통 약자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희귀 식생 훼손 등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우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가능성이라며 폄하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의 결정을 재량권 남용이라는 법률 용어로 낙인찍는 행위는 가치를 전복시키는 교묘한 논리의 왜곡이었다.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는 실체적 가치는 추상적인 우려로 폄하되고, 개발을 위한 명분인 문화향유권은 환경 보전이라는 헌법적 책무마저 압도하는 절대적 가치로 둔갑했다. 이는 법 논리의 명백한 오용이자, 과학적 전문성을 향한 오만한 도전이었다.
이상민 위원장의 이 결정은 단순히 케이블카 사업에 숨통을 틔워준 것을 넘어, 우리 사회에 두 가지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첫째, 생태 보전의 원칙을 허무는 위험천만한 선례를 만들었다. 국민의 권리나 공익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국립공원의 심장부도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흑산도 공항이나 제주 제2공항 논란 등 전국의 수많은 개발 사업에서 이 논리는 환경 파괴를 정당화하는 단골 논리로 자리 잡았다.
둘째, 전문가 위원회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렸다. 과학적 판단을 법률가 중심의 행정심판위원회가 손쉽게 뒤집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학보다 정치적 논리가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치명적인 신호를 받았다. 이 하나의 비틀린 재결이 남긴 유산이 바로, 지난 10년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끝없는 소모적 논쟁으로 번진 근본적인 원인이다.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가
헌법을 파괴하려 한 자가 과거 국민의 권리와 공익을 명분으로 국립공원의 심장을 가르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섬뜩한 아이러니인 동시에,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공익은 누가, 어떤 절차로 정의해야 하는가? 과학적 사실과 미래세대의 가치를 무시한 결정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상민의 구속을 계기로, 우리는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자행된 반생태적, 반전문가적 결정의 위험성을 직시해야 한다. 설악산에 드리운 그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 즉 근본적으로 잘못된 행정심판에 기반한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것이야말로, 짓밟혔던 원칙과 상식을 바로 세워 진정한 공익을 되찾는 첫걸음이다. 더 나아가 과학적 합리성과 생태적 가치가 정치 논리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시민의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2025년 8월 3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문의.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사무국장(010-5490-1365)
이이자희 정책팀장(010-4357-1024)
헌법을 유린한 혐의를 받는 자가, 한때는 국가의 자연유산을 심판대에 올렸다. 12·3 불법 계엄 사태의 핵심 공모자로 지목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됐다. 그의 구속은 단지 한 권력자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과거 자의적으로 재단했던 '공익'의 실체는 무엇이었는지, 그 결정들의 정당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특히 10년 가까이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논란의 중심에, 바로 그의 비틀린 공정함이 자리하고 있다.
2016년 12월, 문화재위원회는 산양 서식지 파괴와 아고산대 생태계 훼손 등 명백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부결했다. 그 결정은 각 분야 전문가가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숙의 끝에 내린 합리적 결론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끝나지 않았다. 양양군은 이에 불복했고, 당시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이었던 이상민은 기꺼이 그들의 주장을 인용했다.
훗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회고하며 “중립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했음에도… (환경단체 등이) 재결 결과를 비판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치 자신이 편견에 맞서 합리성을 수호한 것처럼 그 외피를 둘렀다. 하지만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한 혐의를 받는 지금, 그가 설파했던 공정과 중립이 얼마나 허울 좋은 기만이자, 법 논리를 앞세운 독선이었는지 섬뜩하게 다가올 뿐이다.
이상민의 중앙행심위가 어떻게 전문가 집단의 과학적 결정을 ‘부당하다’고 뒤집을 수 있었는지 들여다보면, 그들이 휘두른 칼날은 바로 국민의 문화향유권이라는 편리하고 추상적인 논리였다. 그들은 케이블카가 교통 약자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희귀 식생 훼손 등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우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가능성이라며 폄하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의 결정을 재량권 남용이라는 법률 용어로 낙인찍는 행위는 가치를 전복시키는 교묘한 논리의 왜곡이었다.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는 실체적 가치는 추상적인 우려로 폄하되고, 개발을 위한 명분인 문화향유권은 환경 보전이라는 헌법적 책무마저 압도하는 절대적 가치로 둔갑했다. 이는 법 논리의 명백한 오용이자, 과학적 전문성을 향한 오만한 도전이었다.
이상민 위원장의 이 결정은 단순히 케이블카 사업에 숨통을 틔워준 것을 넘어, 우리 사회에 두 가지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첫째, 생태 보전의 원칙을 허무는 위험천만한 선례를 만들었다. 국민의 권리나 공익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국립공원의 심장부도 훼손될 수 있다는 논리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흑산도 공항이나 제주 제2공항 논란 등 전국의 수많은 개발 사업에서 이 논리는 환경 파괴를 정당화하는 단골 논리로 자리 잡았다.
둘째, 전문가 위원회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렸다. 과학적 판단을 법률가 중심의 행정심판위원회가 손쉽게 뒤집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학보다 정치적 논리가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치명적인 신호를 받았다. 이 하나의 비틀린 재결이 남긴 유산이 바로, 지난 10년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끝없는 소모적 논쟁으로 번진 근본적인 원인이다.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가
헌법을 파괴하려 한 자가 과거 국민의 권리와 공익을 명분으로 국립공원의 심장을 가르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섬뜩한 아이러니인 동시에,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공익은 누가, 어떤 절차로 정의해야 하는가? 과학적 사실과 미래세대의 가치를 무시한 결정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상민의 구속을 계기로, 우리는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자행된 반생태적, 반전문가적 결정의 위험성을 직시해야 한다. 설악산에 드리운 그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 즉 근본적으로 잘못된 행정심판에 기반한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것이야말로, 짓밟혔던 원칙과 상식을 바로 세워 진정한 공익을 되찾는 첫걸음이다. 더 나아가 과학적 합리성과 생태적 가치가 정치 논리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시민의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2025년 8월 3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문의.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사무국장(010-5490-1365)
이이자희 정책팀장(010-4357-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