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보호지역으로서의 설악산 (글. 홍석환 교수/부산대)

보호지역으로서의 설악산은 각종 보호지역에 대해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보호가치가 있는 지역 중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생태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설악산 일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되면서 우수한 자연환경 보전정책의 구심점이 되었으며, 이후 1970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이듬해 관리사무소를 설치하면서 현장에서의 체계적인 관리가 시작되었다. 이후 한국 자연환경과 보전정책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제적 보호의 기준에 맞게 설악산을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어 왔는데, 1982년 ‘한국 최초’로 UNESCO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5년에는 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 중 보전강도가 낮은 카테고리 V의 경관보전지역에서 보전의 강도가 매우 높은 카테고리 Ⅱ로 변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설악산의 핵심지역(이 지역에 케이블카가 조성된다)은 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 중 가장 높은 보전등급인 카테고리 Ⅰa로 지정되어 있다. 여기서 나아가 2014년 처음으로 실시된 보호지역이 실질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판단하여 이를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IUCN의 ‘GREEN LIST’목록 평가에서 관리우수성이 인정되어 전 세계 22개(오대산, 지리산 포함) 보호지역과 함께 제도시행 최초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설악산은 그 위상에 걸맞게 대내·외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엄정한 생태계 보전관리를 추진해왔다. 국제사회에서 보전노력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거둔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보전지역의 핵심지구 한 가운데를 파괴하면서 자연의 온전성을 상실시킬 설악산국립공원의 케이블카 건설사업이 공원위원회에 상정되었다. 케이블카 건설은 보호지역지정 핵심목표에 대한 이행여부를 판단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거수로 결정할 사항은 아님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율배반적으로 그동안 보전의 강도를 적극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주도해 왔던 정부기관을 위시로 하여 표결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케이블카 건설예정지역은 엄중히 판단하여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구가 가져야 할 역할이 아니며, 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Ⅰa와 Ⅱ의 정의와도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국제기구가 새롭게 도입한 GREEN LIST제도에는 더더욱 위배되는 사항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케이블카가 단순히 자연탐방객의 성숙한 의식을 전제로 한 방문이 아닌 소비관광객을 보다 많이 끌어들이기 위함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각종 국제보호지역으로 중복지정되어 있는 오색케이블카 예정지. 특히 인간의 간섭을 거의 허락하지 않는 엄정 보전지역 유형인 IUCN 카테고리 Ⅰa지역(위 지도의 붉은색 경계)이며 종 및 서식처관리를 핵심 목표로 하고 있는 IUCN 카테고리 Ⅳ에 해당한다(자료: protected planet)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보전 목적을 충족할 만큼의 충분한 규모를 갖춘 법적으로 구성된 핵심지역’과 ‘보전 목적을 저해하지 않는 활동만이 수행되는 지역으로 핵심지역을 둘러싸면서 명확히 구분되는 전이지대’를 포함해야 한다. 설악산국립공원은 국립공원제도의 자연보전지구, 자연환경지구가 이에 부합되는 것으로 보았으나 케이블카가 자연보전지구의 핵심에 승인되는 등의 허술한 관리체계에서는 유네스코가 제시하는 생물권보전지역의 목적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IUCN 카테고리 Ⅰa는 ‘아주 작은 인간의 영향으로도 그 가치가 퇴화 또는 파괴될 수 있는 지역에 지정되는 지역’으로 인간의 방문과 이용, 영향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제한하며, 과학적 연구조사 등과 같이 관리기관에서 승인된 최소한의 인원만이 방문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정의된다. Ⅱ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생태계 구조와 환경형성 과정의 영속’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다. 또한 ‘종 및 서식지의 우선적 보호’를 목표로 하는 카테고리 Ⅳ에도 중복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멸종위기종 중 하나인 산양의 희소한 서식처(이곳이 단지 연중 몇 회 산양이 방문한다는 개발옹호론자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생물서식처의 핵심이다)를 교란하면서 영구적으로 생태계 구조와 환경형성과정의 영속성을 차단하는 대규모 물리적 개발행위는 해당 카테고리의 정의와 목적에 재고의 여지 없이 현저히 위배된다. 이러한 설악산의 관리는 엄격하게는 경관보호지역으로 정의되는 IUCN 카테고리 Ⅴ의 핵심적인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으나, 너그럽게 판단하여 기타 부가적인 목적인 ‘휴양과 관광을 통해 즐거움, 복지, 사회경제활동의 기회 제공’이라는 부분에 근접하게나마 적용할 수 있으므로 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 관점에서 봤을 때 설악산은 카테고리 Ⅴ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보호지역만 지정해놓고 관리는 뒷전인 소위 페이퍼 보호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IUCN이 야심차게 출발한 보호지역의 실질적 관리 인증제도인 ‘GREEN LIST’는 더욱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GREEN LIST는 가장 핵심적으로 보호지역의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계획’, ‘공정하고 투명한, 효과적 관리’, ‘보전에 관한 성공적 결과의 도출’ 등을 평가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설악산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 Ⅰa 및 Ⅱ로서의 위상에 맞는 실질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으로 단순히 설악산과 같이 강화된 보호지역 카테고리로 지정만 하고 실제로는 목적과 다르게 관리가 소홀하지는 않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GREEN LIST’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설악산이 등록되어 있는 보호지역 유형의 실질적인 가치기준에 미달하는 정책을 국가가 주도하여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보전의 심장에 영구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케이블카 설치행위가 포함된다.



이제 우리나라 관계부처는 과거 국제적 보호지역 지정에 노력한 바와 같이 현재의 설악산 관리실상을 알리고 생물권보전지역의 유지적정성 재검토와, IUCN 카테고리 Ⅴ로의 전환 요청을 UNESCO와 IUCN에 스스로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의 보호지역 관리에 대한 신의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문화재청은 본인들이 스스로 매우 엄정한 관리를 하겠다고 채택한 IUCN 카테고리 Ⅰa의 위상을 떨어뜨려 문화재청을 국제적 망신꺼리로 만들려는 환경부의 이러한 행위를 거부해야 마땅할 것이며 문화재위원회는 천연보호구역의 가치와 의미, 아울러 이 의미의 퇴색에 대한 국제사회에의 공표에 대한 파장을 엄중히 받아들여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약속에 대해 만약 관련부처 스스로가 나서서 보호관리체계의 재조정을 취하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해당 국제단체에 민간에서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적 신의를 위해 보호지역의 관리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이 현재의 관리실태를 가감없이 해당기관에 제출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환경부의 우를 산림청과 문화재청은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해주세요..  https://files.acrobat.com/a/preview/181ad916-89d2-4634-a201-c0ded9e8e6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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