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바다숲 -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관리자
202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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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숲’은 육지의 산림과 같이 바닷속에 해조나 해초가 무성하게 자라 군락을 형성한 곳으로, 다양한 바다 생물을 잉태하고 보호하는 안식처이자 건강한 바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보고로 불린다.


2024년 9월 4일~5일, 강원도 양양 조도 해양보호구역 일대에서 '시민 과학자와 함께하는 바다숲 보전(가꾸기)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우리나라 바다숲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수산자원공단(FIRA) 제안으로 추진이 됐고, 국시모가 바다숲 사업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졌다는 점에서 열띤 토론도 펼쳐졌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바닷속 현장에 직접 들어가 바다숲 조성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천연 잘피숲을 탐사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바다숲 사업에 대한 상반된 목소리

국시모는 인공어초, 바다목장, 바다숲, 잘피숲 조성 등 바다숲 유사 사업들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 보호지역 내 인공 시설물 설치와 인위적인 간섭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한과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질의 응답 과정에서도 ⓵인공어초 사업의 경우 지난 50년 간 총 1조 3천 4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452,115개를 설치했는데, 실제 어떤 효과로 나타났는지가 의문이다 ⓶현재 추진 중인 바다숲 조성이 방법만 다를 뿐, 인공어초 사업과 차별성이 없다 ③사후 관리 문제가 가장 심각한데, 조성만 해 놓고 관리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들이 전국 곳곳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등 날 선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바다숲 관련 교육과 토론 모습.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38 마린 리조트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참여자들 간에 열띤 토론이 진행된 시간이었다.


이에 대해 ‘바다숲 사업 필요성’을 주제로 교육에 나선 한국수산자원공단 최임호 블루카본 전략실장은 지난 사업 경과에 대한 지적은 일부 타당하다고 본다면서 “사후 관리에 있어서는 환경영향조사를 강화하고, 사후 관리비도 상향 조정해가고 있다”며 "지자체로 이양되다 보니 지자체 역량이나 의지에 따라서 문제가 있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바다숲 조성 해역 갯녹음 해소율이 ‘21년 27.1%에서 ’23년 46.1%로 높아졌고, 5년 간 평균 해조류 생체량은 조성 전 대비 52.9%가 증가 됐으며, 바다숲 해역 종다양성 역시 5년 평균 대비 19.5%가 증가 되었다“면서 "바다숲 조성으로 연간 이산화탄소 10.7만 톤이 저감 되었다는 성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정부와 시민이 체감하는 문제 인식의 차이는 현장에서 소통하며, 함께 개선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어초에 부착된 해조류 모습. 바다숲 조성 초기에는 사진과 같이 풍성한 해조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사후 관리가 안될 경우 인공 구조물만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바다숲 조성지 현장, 직접 바닷속에서 모니터링 진행

이론 교육과 토론을 마치고, 강원도 양양 동산리에 조성된 바다숲 조성지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인공어초에 붙어있는 해조류 특성과 패턴, 성게와 소라 등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조식동물을 확인하면서 폐통발, 폐로프를 수거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현장 모니터링 결과로 인공어초에 부착된 해조류 밀도가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했고, 주변 자연 암반으로도 포자가 천이하여 새로운 형체가 밀생하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지역은 포자 확산에 대한 지속적인 변화상을 관찰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통발로 훼손된 해조류가 다수 확인되었고, 물고기를 한 곳에 몰리게 하는 위집 효과는 뚜렷하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맨 위. 양양 앞바다 동산리 일대 바다숲 조성지역 입수 모습 / 둘째. 인공어초 주변 해조류 부착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참가자들 / 셋째. 통발에 잘려나간 해조류 모습 / 맨 아래. 인공어초 주변으로 포자가 날려 자연 암반에 천이되고 있는 해조류 모습


두 번째 모니터링은 조도 해양보호구역 내 조성된 인공어초 단지에서 진행했습니다. 이 지역은 2011년도에 조성된 곳으로 바다숲 등급을 A, B, C로 분류하면 C급에 해당하는 지역이었습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사전 안내대로 인공어초에 부착된 해조류는 거의 없었고, 지자체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된 곳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인공어초 주변에 방치된 폐어구도 상당량 눈에 띄었습니다. 

양양 동산리, 조도 해양보호구역 일대에서 1시간 만에 수거한 폐통발들.. 인공어초 사후 관리에 있어 폐어구 등 침적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첫 번째 모니터링을 진행한 동산리 지역이 바다숲 조성 효과를 나타내고 있었다면, 두번째 모니터링 지역은 상반된 지역으로 평가됐습니다. 특히,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는 인공어초에 대해 시급한 철거가 요구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현안에 대해서는 추가 모니터링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조도 해양보호구역 내 조성된 인공어초 모습. 해조류는 없고, 어초 시설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멍게 등 일부 생물들이 부착되어 있으나, 본래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 내 기존 구조물은 모두 철거하고, 가능하다면 자연 암반을 대상으로 한 갯녹음 대책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지역이다.


참고로, ‘2017년 강원도 인공어초 어장 관리 사업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고성군에 설치된 5,094개의 인공어초 중 40.6%인 2,395개는 파손되거나 심하게 매몰돼 있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조도 해양보호구역 사례에서 보듯 지자체에 위임된 사후 관리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잘피'는 광합성 작용에 의해 수중의 순수 산소 (O2)를 공급하고 수질 환경 정화 작용을 한다. 잘피 군락은 어패류의 산란장 또는 치어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잘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두 번째 교육은 ‘잘피에 대한 이해와 모니터링 방법’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오지철 블루카본전략실 대리가 진행했고, 국내 잘피(해초류) 현황부터 잘피숲 조성 사업까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조사와 사업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잘피 대부분이 생존을 위협 받거나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어 포획과 채취, 훼손 등에 따른 위반 행위에 대해 유의할 사항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잘피에 대한 이해와 식별 방법론 등 평소 알지 못했던 정보와 모니터링 방법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의 집중과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평가된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잘피 분류 방법에 대한 교육 시간에는 우선 거머리말, 수거머리말, 왕거머리말, 포기거머리말, 애기거머리말, 게바다말, 새우말, 해호말, 줄말의 특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진 질의 응답을 통해 서식 지질과 생장과 관련해 보다 세부 내용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엽맥수(잎의 뼈대를 구성하는 줄기)를 통해 잘피 분류 방법을 배웠는데, 이는 시민 과학 모니터링에 있어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되었습니다. 각자의 지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취합된 정보를 다시 기관에 공유함으로서 정책 및 현장 관리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잘피숲 조성 사업에 대해서는 지난 4년 간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조성, 관리, 평가하고, 지자체에 이관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식 기법에 대한 세부 설명이 이어졌는데 잘피 씨앗망 또는 독살 설치를 통해 조성하는 내용과 효과 검증을 위해 진행한 효과 조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잘피숲에 대한 무관심과 과잉 사업 홍보에 대한 비판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오지철 대리는 잘피숲 조성 사업의 주요 결과로 "조성 전후 대비 저서생물 개체수가 2.5배 증가했고, 출현종수는 1.5배가 증가 했으며, 종다양도 지수도 1.2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연 잘피숲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도 해양보호구역 일대는 탐사하는 참가자들 모습. 조도 해양보호구역은 해양보호생물인 왕거머리말(잘피)의 서식지로 왕거머리말과 정착성•회유성 어류의 성육장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2017년 12월에 지정되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교육한 방법에 따라 잘피숲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참가자 모습.. 이론 교육과 현장 탐사를 통해 공용으로 사용이 필요한 조사 야장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오해해서 미안;;) 조도 해양보호구역 일대 서식하는 연잎성게 모습. 그동안 연잎성게가 잘피를 먹이로 하는 조식동물로 알고 있었으나, 이번 교육을 통해 그렇지 않고 오히려 공생의 관계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바다숲이란 이름으로 추진되는 사업들.. 그 목적이 바다 생태계를 살리는 것에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 50년 간 1조 넘게 세금이 들어간 사업이라면 당연히 진단과 평가가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와서 그건 그거고 하는 식은 무책임하다고 할 것입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평가 작업을 통해 향후 추진되는 사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보다 투명하고, 시민들과도 더욱 적극적인 관계가 형성되길 기대합니다.  

지금 우리 바다는  해양열파(Marine Heatwaves)로 인해 바다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현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갯녹음이 심화되고, 해양 생물 서식지 변화되고 있으며, 양식업 피해 등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늘 고민입니다. 

이번 교육과 현장 모니터링은 바다숲 보전을 위해 한걸음 더 내딛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다도해에서, 한려에서, 동해에서 '바다를 위해' 모두가 하나의 목표로 행동할 수 있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바다숲 보전을 위해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 준비해주신 한국수산자원공단 관계자 분들, 함께 해주신 시민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SAVE THE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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