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폭설에 묻혀 생명을 잃은 산양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언론은 '산양 떼죽음'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책임져야 할 정부는 '단순한 자연재해'라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과연 이 죽음 앞에 정부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사육 돼지를 보호하기 위해 야생멧돼지의 접근을 막는 높고 견고한 차단 울타리를 전국 곳곳에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야생동물인 산양에게 울타리는 삶의 터전을 빼앗는 잔혹한 덫이었습니다. 강원도 북부 지역, 특히 철원, 양구, 화천, 인제, 고성 등 산양의 주요 서식지는 울타리로 인해 조각조각 나뉘었고, 설악산국립공원마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미시령 옛길, 한계령, 진부령으로 이어지는 구간마다 산양의 이동 경로는 무참히 차단되었습니다.
정부는 ASF 차단 울타리 설치 이전에 산양의 생태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았습니다. 울타리 설치로 인해 산양의 서식지가 파편화되고 이동이 제한되어 산양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되었다는 사실은 정부가 산양의 생태적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관심조차 없었음을 보여줍니다. 산양은 주변 서식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옮겨 다니며 먹이를 찾고, 다른 무리와 교류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야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울타리는 이러한 산양의 생존 방식을 완전히 무시한, 인간의 편의만을 위한 일방적인 정책이었습니다. ASF 차단 울타리에 갇힌 산양들은 먹이 부족과 굶주림에 시달렸고, 고립으로 인해 유전적 다양성을 잃어갔습니다. 결국, 울타리는 산양의 체력을 저하시키고 극한 환경에 대한 저항력을 앗아가 떼죽음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누구를 위한 울타리인가? - 생태계를 외면한 정부 정책의 민낯
ASF 차단 울타리는 산양의 생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울타리는 산양의 서식지를 단절시켜 개체군 간의 교류를 막고 유전적 다양성을 감소시킵니다. 이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고, 근친 교배로 인한 유전적 결함 발생 가능성을 높여 장기적인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산양은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며 먹이를 찾고 번식하는데, 울타리는 이러한 이동을 제한하여 산양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특히 겨울철 폭설 시에는 먹이를 찾아 저지대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여 굶어 죽는 개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울타리는 산양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의 이동도 제한하여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고, 더 나아가 전체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2020년, 산양 폐사율은 2019년 대비 3.9배 증가했고, 2024년에는 무려 43배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ASF 차단 울타리 설치 이후 산양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워졌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정부는 최근 ASF 차단 울타리 일부를 개방하기로 했지만, 그 길이는 고작 176m에 불과합니다. 3,000km에 달하는 울타리 중 0.006%만 개방된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며, 산양의 생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에서 겨우 몇 걸음 걷는 것만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 산양의 소리 없는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할 때
우리는 이제 산양 떼죽음의 진짜 원인을 직시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ASF 차단 울타리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ASF 확산도 막지 못하는 실패한 정책입니다.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처럼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는 울타리를 우선적으로 철거하고, 중장기적인 철거 로드맵도 수립해야 합니다. ASF 확산은 양돈 농가의 방역 시스템을 강화하여 막아야 합니다.
산양을 살리기 위해서는 울타리로 단절된 서식지를 복원하고, 산양의 이동 경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생태 통로 설치, 울타리 개방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기후 변화와 산양의 이동 경로를 고려하여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먹이를 공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GPS 기반의 위치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여 산양의 이동 경로, 서식지 이용 패턴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보호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산양 구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구조 장비를 현대화하여 산양 구조 및 치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역 주민과 협력하여 산양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산양 보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산양 떼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생명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산양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노력이 산양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그리고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산양의 눈물은 우리 인간의 무책임을 고발하는 silent cry(소리없는 외침)입니다. 이제 그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산양의 생존을 위해 ASF 차단 울타리 철거를 포함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사무국장
지난겨울, 폭설에 묻혀 생명을 잃은 산양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언론은 '산양 떼죽음'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책임져야 할 정부는 '단순한 자연재해'라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과연 이 죽음 앞에 정부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사육 돼지를 보호하기 위해 야생멧돼지의 접근을 막는 높고 견고한 차단 울타리를 전국 곳곳에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야생동물인 산양에게 울타리는 삶의 터전을 빼앗는 잔혹한 덫이었습니다. 강원도 북부 지역, 특히 철원, 양구, 화천, 인제, 고성 등 산양의 주요 서식지는 울타리로 인해 조각조각 나뉘었고, 설악산국립공원마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미시령 옛길, 한계령, 진부령으로 이어지는 구간마다 산양의 이동 경로는 무참히 차단되었습니다.
정부는 ASF 차단 울타리 설치 이전에 산양의 생태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았습니다. 울타리 설치로 인해 산양의 서식지가 파편화되고 이동이 제한되어 산양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되었다는 사실은 정부가 산양의 생태적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관심조차 없었음을 보여줍니다. 산양은 주변 서식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옮겨 다니며 먹이를 찾고, 다른 무리와 교류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야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울타리는 이러한 산양의 생존 방식을 완전히 무시한, 인간의 편의만을 위한 일방적인 정책이었습니다. ASF 차단 울타리에 갇힌 산양들은 먹이 부족과 굶주림에 시달렸고, 고립으로 인해 유전적 다양성을 잃어갔습니다. 결국, 울타리는 산양의 체력을 저하시키고 극한 환경에 대한 저항력을 앗아가 떼죽음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누구를 위한 울타리인가? - 생태계를 외면한 정부 정책의 민낯
ASF 차단 울타리는 산양의 생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울타리는 산양의 서식지를 단절시켜 개체군 간의 교류를 막고 유전적 다양성을 감소시킵니다. 이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고, 근친 교배로 인한 유전적 결함 발생 가능성을 높여 장기적인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산양은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며 먹이를 찾고 번식하는데, 울타리는 이러한 이동을 제한하여 산양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특히 겨울철 폭설 시에는 먹이를 찾아 저지대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여 굶어 죽는 개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울타리는 산양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의 이동도 제한하여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고, 더 나아가 전체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2020년, 산양 폐사율은 2019년 대비 3.9배 증가했고, 2024년에는 무려 43배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ASF 차단 울타리 설치 이후 산양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워졌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정부는 최근 ASF 차단 울타리 일부를 개방하기로 했지만, 그 길이는 고작 176m에 불과합니다. 3,000km에 달하는 울타리 중 0.006%만 개방된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며, 산양의 생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에서 겨우 몇 걸음 걷는 것만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 산양의 소리 없는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할 때
우리는 이제 산양 떼죽음의 진짜 원인을 직시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ASF 차단 울타리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ASF 확산도 막지 못하는 실패한 정책입니다.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처럼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는 울타리를 우선적으로 철거하고, 중장기적인 철거 로드맵도 수립해야 합니다. ASF 확산은 양돈 농가의 방역 시스템을 강화하여 막아야 합니다.
산양을 살리기 위해서는 울타리로 단절된 서식지를 복원하고, 산양의 이동 경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생태 통로 설치, 울타리 개방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기후 변화와 산양의 이동 경로를 고려하여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먹이를 공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GPS 기반의 위치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여 산양의 이동 경로, 서식지 이용 패턴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보호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산양 구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구조 장비를 현대화하여 산양 구조 및 치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역 주민과 협력하여 산양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산양 보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산양 떼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생명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산양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노력이 산양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그리고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산양의 눈물은 우리 인간의 무책임을 고발하는 silent cry(소리없는 외침)입니다. 이제 그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산양의 생존을 위해 ASF 차단 울타리 철거를 포함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