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문어처럼

admin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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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김혜진 작가님)


깊은 바다 속. 동굴 입구를 방패처럼 막고 있는 돌 뒤편으로 문어의 눈이 반짝인다.
보통 문어는 알을 낳고 6개월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들을 돌본다. 쉼 없이 팔을 저어 산소가 풍부한 물을 알에 보낸다. 지구상에서 문어보다 오래 알을 품고 있는 동물은 없다고 한다. 한순간도 알을 버리고 이동하지 않으며 먹지도 않는다. 알이 부화해 새끼가 대략 4센티 정도의 크기가 됐을 때 마침내 어미의 일은 끝난다.
힘이 빠진 어미문어는 새끼들을 다 내보내고 자연사 한다. 알을 낳고 품는 어미 문어의 사랑과 책임감에 숙연해진다.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조금의 불편함도 견딜 수 없다는 심보가 주변을 훼손하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편히 산에 오르고 비행기로 섬에 쉬이 들어서려 끊임없이 자연을 위협한다.
그 위협이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못한 채.

문어의 알처럼 우리 주변 곳곳에는 소중한 자연이 살아있다. 어미문어처럼 삶을 바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애씀으로 온전히 품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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