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 일대에 서식하는 나팔고둥 모습. 빨강불가사리를 먹고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7월 31일, 환경부가 나팔고둥을 ‘이달(8월)의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모니터에 떴습니다. 그 순간, 벅찬 기쁨보다는 지난 4년간의 시간이 떠오르며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져 오는 묵직한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그 감정의 뿌리에는 길고 험난했던 우리의 여정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 횟집 대야에서 마주한 진실
이야기는 2021년 여름, 남해의 작은 섬 거문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의 시민다이버 모임인 ‘파크다이브’는 거문도에서 해양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탐사에 참여했던 한 회원의 자제분이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우연히 횟집 앞 커다란 대야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대야 안에는 황백색 바탕에 적갈색 구름무늬가 선명한,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자태의 고둥들이 있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엔지니어링에서 일하는 그 자제분은 직감적으로 물었습니다.
“저거… 나팔고둥 아닌가요?” 그의 확인과 함께, 눈앞의 진실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 법으로 가장 강력하게 보호받는 생명이 식재료로 팔려나가기 직전이었던 겁니다. 저희는 곧장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거문도 내 다른 횟집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상황을 이해해주신 식당 주인분들의 도움으로 총 11마리의 나팔고둥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횟집 앞 대야에서 해감중이던 나팔고둥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나팔고둥 횟집 실태 보도 이틀만에 600만을 넘어선 조회수 및 반응 ⓒYTN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표현은 바로 그럴 때 쓰는 것이었습니다. 법은 서울의 서류 속에만 존재할 뿐, 정작 생명이 숨 쉬는 바닷가 현장에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즉시 카메라를 들고 상황을 기록했고, 언론과 다시 현장을 찾아 추가 취재를 진행했고 YTN 방송을 통해 이 충격적인 현실이 알려지자, 세상은 들끓었습니다. 이틀 만에 600만 명이 영상을 보고 분노의 댓글을 쏟아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희망을 보았습니다. 우리만 아파하는 것이 아니구나, 이 생명의 가치를 아는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벽 앞에서 부서진 외침
시민들의 분노가 만든 변화의 파도는, 처음에는 정부를 움직이는 듯 보였습니다. 2022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합동 보호 대책을 발표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거문도를 중심으로 주변 섬들에 대한 특별 점검과 계도, 홍보 활동도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단체에는 유튜버와 수산업 관계자분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나팔고둥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며 분명한 성과가 나타나는 듯했습니다. 파크다이브의 다이버들 역시 매 탐사마다 나팔고둥의 서식지를 살피고, 통발 등에 갇힌 개체가 보이면 구조하는 활동을 쉼 없이 이어갔습니다.

'파크다이브' 폐통발 정화활동 모습. 나팔고둥은 대대분이 통발에 혼획된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그러나 1년 뒤,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행정활동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해 확인한 진실은 참담했습니다. 그럴듯한 이름의 대책 뒤에는 실질적인 협력을 증명할 단 하나의 증거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정책이 아니라,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했습니다. 거문도가 보낸 간절한 경고는, 뜨거웠던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에 비해 너무나도 철저히 무시당한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문제의 본질
절망감이 깊어질 무렵, 2023년 8월, 논란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불붙었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예고편에 울릉도 횟집 수족관 속 나팔고둥이 스치듯 등장한 것입니다. 예리한 시민들의 눈은 그걸 놓치지 않았습니다.
곧장 울릉도로 향한 우리는 그곳에서 나팔고둥이 ‘해방고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식용으로 거래된 현실과 마주했습니다. 정부가 2023년에 와서야 이 방언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의 행정이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었죠.
울릉도 수산시장에서 '해방고둥'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던 나팔고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우리는 국회와 공조하여 이 사실을 알렸고,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총체적 관리 부실은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 역시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고, 이미 나팔고둥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궁지에 몰린 정부는 ‘특별점검’을 선언했습니다. 결과는 ‘위반사항 0건’. 이미 모두가 숨어버린 뒤에 요란하게 단속하는 시늉은 실효성 면에서는 무력한 촌극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한 달간의 특별점검 기간은, 전국적인 홍보 및 계도 활동과 맞물리며 나팔고둥의 존재와 보호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널리 알리는 성과를 낳았습니다.
이 씁쓸하면서도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법을 모르는 상인이나 어민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나팔고둥을 보호해야 할 두 부처와 기관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고, 심지어 잘못된 독성 정보로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등 시스템 전체가 병들어 있었습니다.
진짜 영웅들, 이름 없는 시민들의 승리
돌이켜보면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름 없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횟집 대야 앞 나팔고둥을 알아본 한 시민, 구조된 나팔고둥을 바다로 돌려보내 준 지역주민과 다이버들, 방송 예고편의 1초를 놓치지 않은 날카로운 시청자, 분노의 댓글로 여론을 만든 수많은 네티즌, 그리고 현장을 뛰고 정부를 압박했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외면한 감시와 조사의 역할을, 결국 시민들이 해낸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마침내 ‘이달의 멸종위기야생생물 지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또한 하나의 작은 이벤트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바다에 갈 때마다 생각나고 가끔 만나게 되는 나팔고둥 소식에 분명 의미 있는 한 걸음이었구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은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외쳤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닿았다는 증거이자, 씁쓸하지만 분명한 ‘시민의 승리’였습니다. 한 시민의 예리한 눈썰미가 잠자던 거대한 연대를 깨워 마침내 이뤄낸 값진 성과임이 분명합니다.
나팔고둥이 다수 서식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어느 섬 전경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이 소식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 지정이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지 않기를, 이제는 정말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현장의 어민들을 교육하고, 혼획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지원하며, 두 부처가 칸막이를 허물고 진정한 협력 체계를 갖추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팔고둥의 텅 빈 껍데기는 바다의 소리를 전하는 악기라고 합니다. 지난 몇 년간 그 껍데기 속에서는 고통의 비명이 울렸을 겁니다. 이제 우리의 노력이 그 텅 빈 껍데기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어, 다시 한번 아름다운 바다의 노래를 부르게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나팔고둥이 ‘멸종위기종’이라는 딱지를 떼고, 우리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생태계의 수호자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그날까지, 우리 시민들의 관심과 감시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글.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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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나팔고둥에 대하여..
1. 보호 현황
나팔고둥은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과 해양수산부의 '해양보호생물'로 동시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 지정은 국내 법체계상 육상과 해양을 아우르는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만큼 절멸 위험이 높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2. 개체 수 감소
과거부터 이어진 무분별한 남획이 주된 원인입니다. 일부 식용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주된 위협은 크고 아름다운 패각에 있었습니다.
이 패각은 과거 군중의 행진 음악에 사용되던 전통 악기 '나각(소라나팔)'의 중요한 재료였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고급 장식품이나 공예품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수요가 집요한 채취 압력으로 작용해 개체 수를 급감시켰습니다.
3. 독성 위험
나팔고둥은 유독성 불가사리 등을 잡아먹으며, 복어독으로 잘 알려진 맹독성 신경독소 테트로도톡신(TTX)을 내장에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 독소는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으며 섭취 시 호흡근 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7월 31일, 환경부가 나팔고둥을 ‘이달(8월)의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모니터에 떴습니다. 그 순간, 벅찬 기쁨보다는 지난 4년간의 시간이 떠오르며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져 오는 묵직한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그 감정의 뿌리에는 길고 험난했던 우리의 여정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 횟집 대야에서 마주한 진실
이야기는 2021년 여름, 남해의 작은 섬 거문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의 시민다이버 모임인 ‘파크다이브’는 거문도에서 해양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탐사에 참여했던 한 회원의 자제분이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우연히 횟집 앞 커다란 대야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대야 안에는 황백색 바탕에 적갈색 구름무늬가 선명한,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자태의 고둥들이 있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엔지니어링에서 일하는 그 자제분은 직감적으로 물었습니다.
“저거… 나팔고둥 아닌가요?” 그의 확인과 함께, 눈앞의 진실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 법으로 가장 강력하게 보호받는 생명이 식재료로 팔려나가기 직전이었던 겁니다. 저희는 곧장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거문도 내 다른 횟집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상황을 이해해주신 식당 주인분들의 도움으로 총 11마리의 나팔고둥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횟집 앞 대야에서 해감중이던 나팔고둥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표현은 바로 그럴 때 쓰는 것이었습니다. 법은 서울의 서류 속에만 존재할 뿐, 정작 생명이 숨 쉬는 바닷가 현장에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즉시 카메라를 들고 상황을 기록했고, 언론과 다시 현장을 찾아 추가 취재를 진행했고 YTN 방송을 통해 이 충격적인 현실이 알려지자, 세상은 들끓었습니다. 이틀 만에 600만 명이 영상을 보고 분노의 댓글을 쏟아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희망을 보았습니다. 우리만 아파하는 것이 아니구나, 이 생명의 가치를 아는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벽 앞에서 부서진 외침
시민들의 분노가 만든 변화의 파도는, 처음에는 정부를 움직이는 듯 보였습니다. 2022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합동 보호 대책을 발표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거문도를 중심으로 주변 섬들에 대한 특별 점검과 계도, 홍보 활동도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단체에는 유튜버와 수산업 관계자분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나팔고둥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며 분명한 성과가 나타나는 듯했습니다. 파크다이브의 다이버들 역시 매 탐사마다 나팔고둥의 서식지를 살피고, 통발 등에 갇힌 개체가 보이면 구조하는 활동을 쉼 없이 이어갔습니다.
'파크다이브' 폐통발 정화활동 모습. 나팔고둥은 대대분이 통발에 혼획된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그러나 1년 뒤,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행정활동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해 확인한 진실은 참담했습니다. 그럴듯한 이름의 대책 뒤에는 실질적인 협력을 증명할 단 하나의 증거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정책이 아니라,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했습니다. 거문도가 보낸 간절한 경고는, 뜨거웠던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에 비해 너무나도 철저히 무시당한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문제의 본질
절망감이 깊어질 무렵, 2023년 8월, 논란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불붙었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예고편에 울릉도 횟집 수족관 속 나팔고둥이 스치듯 등장한 것입니다. 예리한 시민들의 눈은 그걸 놓치지 않았습니다.
곧장 울릉도로 향한 우리는 그곳에서 나팔고둥이 ‘해방고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식용으로 거래된 현실과 마주했습니다. 정부가 2023년에 와서야 이 방언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의 행정이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었죠.
우리는 국회와 공조하여 이 사실을 알렸고,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총체적 관리 부실은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 역시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고, 이미 나팔고둥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궁지에 몰린 정부는 ‘특별점검’을 선언했습니다. 결과는 ‘위반사항 0건’. 이미 모두가 숨어버린 뒤에 요란하게 단속하는 시늉은 실효성 면에서는 무력한 촌극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한 달간의 특별점검 기간은, 전국적인 홍보 및 계도 활동과 맞물리며 나팔고둥의 존재와 보호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널리 알리는 성과를 낳았습니다.
이 씁쓸하면서도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법을 모르는 상인이나 어민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나팔고둥을 보호해야 할 두 부처와 기관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고, 심지어 잘못된 독성 정보로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등 시스템 전체가 병들어 있었습니다.
진짜 영웅들, 이름 없는 시민들의 승리
돌이켜보면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름 없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횟집 대야 앞 나팔고둥을 알아본 한 시민, 구조된 나팔고둥을 바다로 돌려보내 준 지역주민과 다이버들, 방송 예고편의 1초를 놓치지 않은 날카로운 시청자, 분노의 댓글로 여론을 만든 수많은 네티즌, 그리고 현장을 뛰고 정부를 압박했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외면한 감시와 조사의 역할을, 결국 시민들이 해낸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마침내 ‘이달의 멸종위기야생생물 지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또한 하나의 작은 이벤트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바다에 갈 때마다 생각나고 가끔 만나게 되는 나팔고둥 소식에 분명 의미 있는 한 걸음이었구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은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외쳤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닿았다는 증거이자, 씁쓸하지만 분명한 ‘시민의 승리’였습니다. 한 시민의 예리한 눈썰미가 잠자던 거대한 연대를 깨워 마침내 이뤄낸 값진 성과임이 분명합니다.
나팔고둥이 다수 서식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어느 섬 전경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이 소식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 지정이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지 않기를, 이제는 정말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현장의 어민들을 교육하고, 혼획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지원하며, 두 부처가 칸막이를 허물고 진정한 협력 체계를 갖추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팔고둥의 텅 빈 껍데기는 바다의 소리를 전하는 악기라고 합니다. 지난 몇 년간 그 껍데기 속에서는 고통의 비명이 울렸을 겁니다. 이제 우리의 노력이 그 텅 빈 껍데기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어, 다시 한번 아름다운 바다의 노래를 부르게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나팔고둥이 ‘멸종위기종’이라는 딱지를 떼고, 우리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생태계의 수호자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그날까지, 우리 시민들의 관심과 감시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글.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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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나팔고둥에 대하여..
1. 보호 현황
나팔고둥은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과 해양수산부의 '해양보호생물'로 동시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 지정은 국내 법체계상 육상과 해양을 아우르는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만큼 절멸 위험이 높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2. 개체 수 감소
과거부터 이어진 무분별한 남획이 주된 원인입니다. 일부 식용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주된 위협은 크고 아름다운 패각에 있었습니다.
이 패각은 과거 군중의 행진 음악에 사용되던 전통 악기 '나각(소라나팔)'의 중요한 재료였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고급 장식품이나 공예품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수요가 집요한 채취 압력으로 작용해 개체 수를 급감시켰습니다.
3. 독성 위험
나팔고둥은 유독성 불가사리 등을 잡아먹으며, 복어독으로 잘 알려진 맹독성 신경독소 테트로도톡신(TTX)을 내장에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 독소는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으며 섭취 시 호흡근 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