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무엇이 특혜였나 ,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김성환 신임 환경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입을 열었다. "설악산-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에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는 것이었다. 이 한마디는 지난 20여 년간 설악산을 지키고자 했던 시민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 보호지역 정책을 결정할 때 환경 보전보다 개발 논리를 앞세우는 정부의 오랜 관행과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오히려 이 문제는 지난 20여 년간 여러 정부에 걸쳐 누적된,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특혜'의 집합체다. 그 시작은 특정 사업을 위해 법의 기준을 바꾸는 이명박 정부의 ‘규칙의 특혜’였다. 뒤이어 박근혜 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문가의 부결 결정을 정치 논리로 뒤엎고 심의 과정에 개입하는 ‘절차의 특혜’를 자행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주무 부처의 전문적인 불허 결정이 상위 기관의 월권으로 무력화되더니, 윤석열 정부는 선거 공약을 명분으로 과학을 외면하는 ‘결정의 특혜’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모든 과정은 ‘특혜가 없었다’라는 인식이 얼마나 심각한 현실 왜곡인지를 증명하며, 이는 곧 행정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이 곪아 터진 결과물이다.
'특혜는 없었다'라는 인식은, 법의 기준을 특정 사업을 위해 바꾸고, 전문가의 과학적 판단을 정치 논리로 뒤엎으며, 주무 부처가 심의 과정을 조작하는 이 모든 비정상적인 과정들을 정상적인 행정 행위로 간주하는 위험한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 아래 국가 시스템의 자정 기능은 마비되고, 국립공원과 같은 미래세대의 자산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훼손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개발 논리를 위한 원칙의 선제적 파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논란의 뿌리는 국립공원 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 즉 법 제정 초기부터 '보전'보다 '관광객의 이용 편의'를 우선시한 구조에 있다. 1967년 제정된 「공원법」과 1980년 「자연공원법」은 모두 케이블카를 합법적인 공원시설로 규정했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생태 가치가 아닌 등고선을 기준으로 용도지구를 획일적으로 나누면서, 가장 엄격하게 보전해야 할 '공원자연보존지구'에조차 개발 시설이 들어설 법적 허점을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이 구조적 결함이 모든 개발 논란의 씨앗이 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은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규제 완화 정책과 만나 현실적인 위협이 되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통해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규제 완화를 공식 과제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사회적 합의가 마무리되기도 전인 2010년, 정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공원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설치 길이를 기존 2km에서 5km로 2.5배 늘렸다. 이는 특정 사업을 위해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꾼 명백한 특혜였다.
결론적으로 '경제 성장'이라는 외부의 강력한 논리가 이 시기 정책의 방향을 좌우했다. 법적 기준을 선제적으로 완화한 것은 사실상 '개발을 먼저 허용하고 명분은 나중에 쌓겠다'라는 위험한 선언과 같았다. 환경부가 구성한 로프웨이 협의체나 '시범사업' 도입은, 이미 정해진 '설치'라는 결론으로 나아가기 위한 절차적 명분을 쌓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보전이 아닌 개발을 위해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특혜'의 시작을 알린 장면이었다.
과학을 압도한 정치, 붕괴된 심의 민주주의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국립공원위원회가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린 두 차례의 '부결' 결정을 무력화시켰다. 2014년 8월, 정부는 대통령이 주재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 사업을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과제로 선정하며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는 국립공원 정책을 심의해야 할 전문가 위원회의 고유 권한을, 경제 논리를 앞세운 상위의 정치적 결정으로 뒤집은 명백한 월권행위였다.
정부의 재추진 방침에 따라, 환경부는 중립적인 심판의 역할을 포기했다. 2015년 심의 통과를 목표로, 환경부는 비공개 국립공원 삭도 TF를 운영하며 사업자인 양양군을 조직적으로 지원했다. 훗날 문재인 정부의 조사를 통해 공식 확인된 이 '비밀 TF'의 존재는, 심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부당한 행정 특혜의 명백한 증거다.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는 7가지 조건을 붙여 사업을 '가결'했는데, 이 결정의 핵심 근거였던 경제성 보고서는 거짓이었다. 2017년 4월, 춘천지방법원이 경제성 보고서를 조작한 양양군청 공무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조건부 가결’ 결정은 그 정당성의 핵심 근거를 상실했다.
이 시기의 과정은 정치적 의지가 어떻게 전문가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과학적 근거는 정치 논리에 밀려났고, 숙의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심의 민주주의는 실종되었다. 심판은 선수의 편에 섰고, 결정의 근거는 조작되었다. 이처럼 과학, 절차, 근거라는 모든 원칙이 훼손된 채 내려진 2015년의 '조건부 가결'은, 문제 해결이 아닌 책임을 미래로 떠넘긴 '정치적 봉합'이자 거대한 특혜의 산물이었다.
행정기관 간의 충돌과 원칙의 훼손
박근혜 정부의 비호 아래 '조건부 가결'된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 이르러 또 다른 파행을 겪었다. 이는 국가 기관들이 동일한 사안을 두고 서로 모순된 결정을 내리며 행정 시스템의 난맥상을 드러낸 과정이었다. 먼저, 과학적 원칙이 잠시나마 힘을 발휘했다. 2016년 12월, 문화재위원회는 사업 예정지가 천연기념물 산양의 서식지이며, 지질·경관 훼손이 심각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업을 '부결'시켰다. 또한 2017년 6월, 감사원은 양양군이 인허가도 받기 전에 110억 원대의 계약을 먼저 체결한 명백한 절차적 위법을 확인하고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이러한 흐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구성된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가 과거 '비밀 TF'의 존재를 공식 확인하고, 사업에 대한 '부동의'를 권고하며 정점에 달했다. 마침내 2019년 9월, 환경부는 이러한 과학적 근거들을 종합하여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라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모든 과학적·절차적 제동 장치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라는 단일 기관에 의해 무력화되었다. 중앙행심위는 2017년, 문화재위원회의 과학적 부결을 '문화향유권'이라는 추상적 논리로 뒤집었고, 2020년에는 환경부의 전문적인 '부동의' 결정마저 '재량권 남용'이라며 또다시 취소했다. 급기야 2021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입하여, 환경부가 기존에 요구했던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 보완 사항을 대폭 완화하는 '확약서' 체결을 중재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사실상 상위 기관들이 전문기관의 과학적 판단을 묵살하고, 개발 논리를 관철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시스템에 의한 특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치적 결정과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
2022년의 양대 선거가 문재인 정부 말기의 행정적 혼란을, 사업 강행을 위한 정치적 동력으로 전환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무조건 추진'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 역시 이를 제1호 과제로 천명했다. 이 강력한 정치적 약속은 과학적 사실관계를 압도하는 변수가 되었다.
결국 2023년 2월, 한화진 장관이 이끄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모든 전문가 검토기관이 제출한 '부정적'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에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는 중앙행심위의 재결 취지를 따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상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환경 보전이라는 부처의 고유 책무를 포기한 것이었다. 사업의 환경적 정당성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다.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역시 붕괴했다. 총사업비는 1,172억 원으로 폭증했으나 국비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이며, 케이블카 운영을 전담할 양양관광개발공사 설립 계획마저 '타당성 미흡'으로 최종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사업은 강행되었고, 2025년 5월에는 사업자가 허가 없이 희귀식물을 이식하는 불법 공사를 시도하다 국가유산청에 의해 중지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환경부는 사실상 직무를 유기하며, 국가 보호지역 관리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환경영향평가로 본 사업의 근본적 부적격성
앞서 지적된 절차적·정치적 문제를 넘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그 자체로 실행 불가능한 수많은 '실체적 하자'를 드러냈다. 이는 사업의 입지 자체가 설악산의 보전 가치와 근본적으로 상충함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생태계 핵심축의 훼손 문제는 가장 심각하다. 사업 노선은 멸종위기종 산양의 단순 이동로가 아닌, 사업 노선 일대에서만 최소 38개체의 산양이 식별되고 어미와 새끼가 함께 발견된 명백한 '주 서식지'다. 정주성이 강한 산양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사와 운영 시의 소음은 서식지 단절과 파편화를 유발해 개체군 감소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 이는 폴란드 타트라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설치 후 산양 개체수가 감소하고 서식지가 멀어진 정량적 연구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식물상 측면에서도, 상부 정류장 예정지는 숲의 천이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이자 기후변화에 취약한 '아고산대' 식생의 핵심 지역이다. 이곳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어미나무들과 설악산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식물들이 분포하고 있어, 한번 훼손되면 사실상 원형 복원이 불가능하다.
지형 및 경관의 영구적 훼손 역시 피할 수 없다. 사업 지역은 한반도의 핵심 생태 축인 백두대간 핵심구역으로, 정부 스스로 만든 보호 지침의 기준을 초과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연경관심의위원회가 대청봉 등 주요 조망 점에서 바라볼 때 심각한 경관 훼손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부결'시킨 것은 이러한 우려가 주관적 판단이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다른 국립공원 사례에서 보듯 상부 정류장은 필연적으로 정상부로 향하는 새로운 탐방 압력을 유발하며, 이는 결국 통제 불가능한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사업의 근본적인 부 적격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사실들이 산적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 모든 실체적 하자를 외면했다. 위원회는 단지 환경부가 사업자에게 '보완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않고 부동의 처분을 내렸다'라는 지극히 형식적인 절차 논리 하나만으로, 산양의 서식지와 아고산대 생태계의 가치를 포함한 모든 과학적 검토 결과를 무력화시켰다. 수많은 실체적 진실을 단 하나의 절차적 트집으로 뒤집은 이 결정이야말로, 이 사업을 둘러싼 가장 비상식적이고 노골적인 '특혜'라 할 수 있다.

2023년 11월 20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착공식 모습 ⓒ지리산인
특혜가 없었나? 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까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단편적인 정책 실패가 아닌, 지난 20여 년간 다수의 정부에 걸쳐 자행된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특혜'의 집합체임을 지적했다. 그 특혜는 규칙의 특혜, 절차의 특혜, 그리고 결정의 특혜로 요약할 수 있다. 모두에게 공정해야 할 법적 기준은 특정 사업을 위해 바뀌었고(규칙의 특혜), 전문가의 과학적 부결은 정치 논리에 의해 뒤집혔으며 심의 과정은 조작되었다(절차의 특혜). 나아가 주무 부처의 전문적인 불허 결정마저 상위 행정기관의 월권으로 반복해서 무력화되었다(결정의 특혜). 이 모든 과정은 '특혜가 없었다'라는 인식이 얼마나 심각한 현실 왜곡인지를 명백히 증명한다.
이러한 명백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환경부 장관이 '특혜는 없었다'라고 단언한 것은 단순한 상황 오판을 넘어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첫째, 이는 지난 20년간 자행된 불법과 편법의 역사를 공식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둘째,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주무 부처가 오히려 그 실패를 용인하고 계승하겠다는 위험한 신호다. 결국 이 한마디는,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고 행정의 원칙을 파괴해 온 과거의 잘못된 철학을 새 정부 역시 그대로 따르겠다는 선언과 같으며, 이는 환경 보전의 책무를 진 국가기관으로서의 자기부정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재명 정부는 '빛의 혁명'으로 탄생했다. 이는 단순히 정권을 교체하라는 의미를 넘어, 과거 정부들이 남긴 불의와 비상식, 반칙과 특권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국민적 명령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논란의 역사는 과학과 상식이 정치 논리에 짓밟히고, 투명해야 할 행정이 밀실에서 조작된 과거 정부 적폐의 총체적 집약체다. 따라서 현 정부가 이 문제를 '과거의 일' 혹은 '지역의 민원'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정부의 탄생 이념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특혜의 역사를 용인하고 계승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이러한 역사적 책무는 단순히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난 과정에서 환경부는 최고위직부터 실무 책임자까지, 조직 전체가 환경 보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개발 논리에 복무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관련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묻고 붕괴한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과정까지 포함해야 한다. 설악산에 드리운 지난 정부들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훼손된 원칙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것은,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증명하고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책무다.
이러한 역사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로드맵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
첫째, 즉각적인 행정 조치로 파괴를 멈춰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사업비 폭증과 운영 주체 상실이라는 명백한 재심사 사유가 발생했으므로, 지방재정투자심사 재심사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 또한 환경부는 희귀식물 불법 이식 등 명백한 위법 행위를 근거로, 회복 불가능한 훼손을 막기 위한 '공사 중지 명령'을 즉시 발동해야 한다.
둘째, 위법했던 행정 처분을 스스로 시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법했던 행정 행위를 스스로 바로잡는 결단이다. 경제성 보고서 조작과 같은 명백한 불법과 중대한 사정 변경은, 행정기본법 제18조와 19조에 근거하여 2015년의 '조건부 가결'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할 충분한 명분을 제공한다. 환경부는 더 이상 사법부의 판단 뒤에 숨지 말고, 자신의 권한으로 위법했던 과거 처분을 바로잡는 행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셋째, 제2의 설악산 사태를 막을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환경·문화재 전문위원회의 과학적 판단을 뒤집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 보호지역과 관련된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의 판단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정심판법을 개정해야 한다. 케이블카를 포함한 과거 개발 시대의 잔재들을 ‘공원시설’에서 삭제하는 선결적 조치와 함께, '보전과 이용의 조화'라는 모호한 개념을 대체할 명확한 '보전 우선 원칙'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개발 논리가 보전의 가치를 압도하지 못하도록 자연공원법에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성환 환경부 장관에게 묻는다. 장관이 말한 ‘특혜 없었다’라는 말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그 한마디는 지난 20년간의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실패의 역사를 용인하고,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며 원칙을 훼손해 온 과거 정부들의 잘못을 되풀이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장관의 자리는 개발 사업의 지원자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책무에 따라 국토 환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며 실패한 역사의 일부로 기록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미래세대를 위해 설악산을 지켜낸 장관으로 기억될 것인가.
온 국민이 그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이 글은 2025년 8월 12일 개최된 '전국 케이블카 점검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입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무엇이 특혜였나 ,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김성환 신임 환경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입을 열었다. "설악산-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에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는 것이었다. 이 한마디는 지난 20여 년간 설악산을 지키고자 했던 시민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 보호지역 정책을 결정할 때 환경 보전보다 개발 논리를 앞세우는 정부의 오랜 관행과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오히려 이 문제는 지난 20여 년간 여러 정부에 걸쳐 누적된,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특혜'의 집합체다. 그 시작은 특정 사업을 위해 법의 기준을 바꾸는 이명박 정부의 ‘규칙의 특혜’였다. 뒤이어 박근혜 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문가의 부결 결정을 정치 논리로 뒤엎고 심의 과정에 개입하는 ‘절차의 특혜’를 자행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주무 부처의 전문적인 불허 결정이 상위 기관의 월권으로 무력화되더니, 윤석열 정부는 선거 공약을 명분으로 과학을 외면하는 ‘결정의 특혜’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모든 과정은 ‘특혜가 없었다’라는 인식이 얼마나 심각한 현실 왜곡인지를 증명하며, 이는 곧 행정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이 곪아 터진 결과물이다.
'특혜는 없었다'라는 인식은, 법의 기준을 특정 사업을 위해 바꾸고, 전문가의 과학적 판단을 정치 논리로 뒤엎으며, 주무 부처가 심의 과정을 조작하는 이 모든 비정상적인 과정들을 정상적인 행정 행위로 간주하는 위험한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 아래 국가 시스템의 자정 기능은 마비되고, 국립공원과 같은 미래세대의 자산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훼손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개발 논리를 위한 원칙의 선제적 파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논란의 뿌리는 국립공원 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 즉 법 제정 초기부터 '보전'보다 '관광객의 이용 편의'를 우선시한 구조에 있다. 1967년 제정된 「공원법」과 1980년 「자연공원법」은 모두 케이블카를 합법적인 공원시설로 규정했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생태 가치가 아닌 등고선을 기준으로 용도지구를 획일적으로 나누면서, 가장 엄격하게 보전해야 할 '공원자연보존지구'에조차 개발 시설이 들어설 법적 허점을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이 구조적 결함이 모든 개발 논란의 씨앗이 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은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규제 완화 정책과 만나 현실적인 위협이 되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통해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규제 완화를 공식 과제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사회적 합의가 마무리되기도 전인 2010년, 정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공원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설치 길이를 기존 2km에서 5km로 2.5배 늘렸다. 이는 특정 사업을 위해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꾼 명백한 특혜였다.
결론적으로 '경제 성장'이라는 외부의 강력한 논리가 이 시기 정책의 방향을 좌우했다. 법적 기준을 선제적으로 완화한 것은 사실상 '개발을 먼저 허용하고 명분은 나중에 쌓겠다'라는 위험한 선언과 같았다. 환경부가 구성한 로프웨이 협의체나 '시범사업' 도입은, 이미 정해진 '설치'라는 결론으로 나아가기 위한 절차적 명분을 쌓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보전이 아닌 개발을 위해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특혜'의 시작을 알린 장면이었다.
과학을 압도한 정치, 붕괴된 심의 민주주의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국립공원위원회가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린 두 차례의 '부결' 결정을 무력화시켰다. 2014년 8월, 정부는 대통령이 주재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 사업을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과제로 선정하며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는 국립공원 정책을 심의해야 할 전문가 위원회의 고유 권한을, 경제 논리를 앞세운 상위의 정치적 결정으로 뒤집은 명백한 월권행위였다.
정부의 재추진 방침에 따라, 환경부는 중립적인 심판의 역할을 포기했다. 2015년 심의 통과를 목표로, 환경부는 비공개 국립공원 삭도 TF를 운영하며 사업자인 양양군을 조직적으로 지원했다. 훗날 문재인 정부의 조사를 통해 공식 확인된 이 '비밀 TF'의 존재는, 심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부당한 행정 특혜의 명백한 증거다.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는 7가지 조건을 붙여 사업을 '가결'했는데, 이 결정의 핵심 근거였던 경제성 보고서는 거짓이었다. 2017년 4월, 춘천지방법원이 경제성 보고서를 조작한 양양군청 공무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조건부 가결’ 결정은 그 정당성의 핵심 근거를 상실했다.
이 시기의 과정은 정치적 의지가 어떻게 전문가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과학적 근거는 정치 논리에 밀려났고, 숙의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심의 민주주의는 실종되었다. 심판은 선수의 편에 섰고, 결정의 근거는 조작되었다. 이처럼 과학, 절차, 근거라는 모든 원칙이 훼손된 채 내려진 2015년의 '조건부 가결'은, 문제 해결이 아닌 책임을 미래로 떠넘긴 '정치적 봉합'이자 거대한 특혜의 산물이었다.
행정기관 간의 충돌과 원칙의 훼손
박근혜 정부의 비호 아래 '조건부 가결'된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 이르러 또 다른 파행을 겪었다. 이는 국가 기관들이 동일한 사안을 두고 서로 모순된 결정을 내리며 행정 시스템의 난맥상을 드러낸 과정이었다. 먼저, 과학적 원칙이 잠시나마 힘을 발휘했다. 2016년 12월, 문화재위원회는 사업 예정지가 천연기념물 산양의 서식지이며, 지질·경관 훼손이 심각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업을 '부결'시켰다. 또한 2017년 6월, 감사원은 양양군이 인허가도 받기 전에 110억 원대의 계약을 먼저 체결한 명백한 절차적 위법을 확인하고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이러한 흐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구성된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가 과거 '비밀 TF'의 존재를 공식 확인하고, 사업에 대한 '부동의'를 권고하며 정점에 달했다. 마침내 2019년 9월, 환경부는 이러한 과학적 근거들을 종합하여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라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모든 과학적·절차적 제동 장치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라는 단일 기관에 의해 무력화되었다. 중앙행심위는 2017년, 문화재위원회의 과학적 부결을 '문화향유권'이라는 추상적 논리로 뒤집었고, 2020년에는 환경부의 전문적인 '부동의' 결정마저 '재량권 남용'이라며 또다시 취소했다. 급기야 2021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입하여, 환경부가 기존에 요구했던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 보완 사항을 대폭 완화하는 '확약서' 체결을 중재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사실상 상위 기관들이 전문기관의 과학적 판단을 묵살하고, 개발 논리를 관철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시스템에 의한 특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치적 결정과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
2022년의 양대 선거가 문재인 정부 말기의 행정적 혼란을, 사업 강행을 위한 정치적 동력으로 전환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무조건 추진'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 역시 이를 제1호 과제로 천명했다. 이 강력한 정치적 약속은 과학적 사실관계를 압도하는 변수가 되었다.
결국 2023년 2월, 한화진 장관이 이끄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모든 전문가 검토기관이 제출한 '부정적'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에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는 중앙행심위의 재결 취지를 따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상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환경 보전이라는 부처의 고유 책무를 포기한 것이었다. 사업의 환경적 정당성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다.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역시 붕괴했다. 총사업비는 1,172억 원으로 폭증했으나 국비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이며, 케이블카 운영을 전담할 양양관광개발공사 설립 계획마저 '타당성 미흡'으로 최종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사업은 강행되었고, 2025년 5월에는 사업자가 허가 없이 희귀식물을 이식하는 불법 공사를 시도하다 국가유산청에 의해 중지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환경부는 사실상 직무를 유기하며, 국가 보호지역 관리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환경영향평가로 본 사업의 근본적 부적격성
앞서 지적된 절차적·정치적 문제를 넘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그 자체로 실행 불가능한 수많은 '실체적 하자'를 드러냈다. 이는 사업의 입지 자체가 설악산의 보전 가치와 근본적으로 상충함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생태계 핵심축의 훼손 문제는 가장 심각하다. 사업 노선은 멸종위기종 산양의 단순 이동로가 아닌, 사업 노선 일대에서만 최소 38개체의 산양이 식별되고 어미와 새끼가 함께 발견된 명백한 '주 서식지'다. 정주성이 강한 산양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사와 운영 시의 소음은 서식지 단절과 파편화를 유발해 개체군 감소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 이는 폴란드 타트라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설치 후 산양 개체수가 감소하고 서식지가 멀어진 정량적 연구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식물상 측면에서도, 상부 정류장 예정지는 숲의 천이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이자 기후변화에 취약한 '아고산대' 식생의 핵심 지역이다. 이곳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어미나무들과 설악산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식물들이 분포하고 있어, 한번 훼손되면 사실상 원형 복원이 불가능하다.
지형 및 경관의 영구적 훼손 역시 피할 수 없다. 사업 지역은 한반도의 핵심 생태 축인 백두대간 핵심구역으로, 정부 스스로 만든 보호 지침의 기준을 초과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연경관심의위원회가 대청봉 등 주요 조망 점에서 바라볼 때 심각한 경관 훼손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부결'시킨 것은 이러한 우려가 주관적 판단이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다른 국립공원 사례에서 보듯 상부 정류장은 필연적으로 정상부로 향하는 새로운 탐방 압력을 유발하며, 이는 결국 통제 불가능한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사업의 근본적인 부 적격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사실들이 산적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 모든 실체적 하자를 외면했다. 위원회는 단지 환경부가 사업자에게 '보완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않고 부동의 처분을 내렸다'라는 지극히 형식적인 절차 논리 하나만으로, 산양의 서식지와 아고산대 생태계의 가치를 포함한 모든 과학적 검토 결과를 무력화시켰다. 수많은 실체적 진실을 단 하나의 절차적 트집으로 뒤집은 이 결정이야말로, 이 사업을 둘러싼 가장 비상식적이고 노골적인 '특혜'라 할 수 있다.
2023년 11월 20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착공식 모습 ⓒ지리산인
특혜가 없었나? 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까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단편적인 정책 실패가 아닌, 지난 20여 년간 다수의 정부에 걸쳐 자행된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특혜'의 집합체임을 지적했다. 그 특혜는 규칙의 특혜, 절차의 특혜, 그리고 결정의 특혜로 요약할 수 있다. 모두에게 공정해야 할 법적 기준은 특정 사업을 위해 바뀌었고(규칙의 특혜), 전문가의 과학적 부결은 정치 논리에 의해 뒤집혔으며 심의 과정은 조작되었다(절차의 특혜). 나아가 주무 부처의 전문적인 불허 결정마저 상위 행정기관의 월권으로 반복해서 무력화되었다(결정의 특혜). 이 모든 과정은 '특혜가 없었다'라는 인식이 얼마나 심각한 현실 왜곡인지를 명백히 증명한다.
이러한 명백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환경부 장관이 '특혜는 없었다'라고 단언한 것은 단순한 상황 오판을 넘어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 첫째, 이는 지난 20년간 자행된 불법과 편법의 역사를 공식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둘째,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주무 부처가 오히려 그 실패를 용인하고 계승하겠다는 위험한 신호다. 결국 이 한마디는,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고 행정의 원칙을 파괴해 온 과거의 잘못된 철학을 새 정부 역시 그대로 따르겠다는 선언과 같으며, 이는 환경 보전의 책무를 진 국가기관으로서의 자기부정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재명 정부는 '빛의 혁명'으로 탄생했다. 이는 단순히 정권을 교체하라는 의미를 넘어, 과거 정부들이 남긴 불의와 비상식, 반칙과 특권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국민적 명령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논란의 역사는 과학과 상식이 정치 논리에 짓밟히고, 투명해야 할 행정이 밀실에서 조작된 과거 정부 적폐의 총체적 집약체다. 따라서 현 정부가 이 문제를 '과거의 일' 혹은 '지역의 민원'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정부의 탄생 이념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특혜의 역사를 용인하고 계승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이러한 역사적 책무는 단순히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난 과정에서 환경부는 최고위직부터 실무 책임자까지, 조직 전체가 환경 보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개발 논리에 복무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관련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묻고 붕괴한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과정까지 포함해야 한다. 설악산에 드리운 지난 정부들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훼손된 원칙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것은,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증명하고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책무다.
이러한 역사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로드맵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
첫째, 즉각적인 행정 조치로 파괴를 멈춰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사업비 폭증과 운영 주체 상실이라는 명백한 재심사 사유가 발생했으므로, 지방재정투자심사 재심사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 또한 환경부는 희귀식물 불법 이식 등 명백한 위법 행위를 근거로, 회복 불가능한 훼손을 막기 위한 '공사 중지 명령'을 즉시 발동해야 한다.
둘째, 위법했던 행정 처분을 스스로 시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법했던 행정 행위를 스스로 바로잡는 결단이다. 경제성 보고서 조작과 같은 명백한 불법과 중대한 사정 변경은, 행정기본법 제18조와 19조에 근거하여 2015년의 '조건부 가결'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할 충분한 명분을 제공한다. 환경부는 더 이상 사법부의 판단 뒤에 숨지 말고, 자신의 권한으로 위법했던 과거 처분을 바로잡는 행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셋째, 제2의 설악산 사태를 막을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환경·문화재 전문위원회의 과학적 판단을 뒤집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 보호지역과 관련된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의 판단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정심판법을 개정해야 한다. 케이블카를 포함한 과거 개발 시대의 잔재들을 ‘공원시설’에서 삭제하는 선결적 조치와 함께, '보전과 이용의 조화'라는 모호한 개념을 대체할 명확한 '보전 우선 원칙'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개발 논리가 보전의 가치를 압도하지 못하도록 자연공원법에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성환 환경부 장관에게 묻는다. 장관이 말한 ‘특혜 없었다’라는 말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그 한마디는 지난 20년간의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실패의 역사를 용인하고,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며 원칙을 훼손해 온 과거 정부들의 잘못을 되풀이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장관의 자리는 개발 사업의 지원자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책무에 따라 국토 환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며 실패한 역사의 일부로 기록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미래세대를 위해 설악산을 지켜낸 장관으로 기억될 것인가.
온 국민이 그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이 글은 2025년 8월 12일 개최된 '전국 케이블카 점검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