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보기- 국립공원 사운드스케이프 시민조사단 이야기

admin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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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스케이프’라..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선뜻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는 표현입니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소리풍경.. 소리를 들으며 보고 느끼는 주변의 모습 정도일까요?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에는 온갖 소리들이 함께 합니다.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차 소리, 사람 소리 등 조금은 시끄럽고 인공적이라 ‘소음’이라 여겨지는 소리에 익숙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국립공원에서 우리는 어떤 소리를 마주할 수 있을까요? 마땅히 보전해야할 가치가 있고 귀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그 곳. 아마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 우리들 마음이겠죠. 하지만 이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도로, 많은 탐방객을 떠올려보면 국립공원 역시 부정적인 소리를 품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요.
국시모는 이같이 다양한 국립공원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고자 했습니다.
‘소리’를 조사하러 떠난다는 것은 조금은 생소하지만 새롭고도 매력적인 일일 것입니다.
올 해 처음 시도한 ‘사운드스케이프 시민조사단’에 함께한 10명의 시민들은 부푼 기대를 안고 태백산국립공원에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미술을 읽는 분, 글을 쓰는 분, 식물을 쓰다듬는 분, 도시를 바라보는 분, 사람의 마음을 여는 분 등 다양한 시민들이 소리를 찾아 모였습니다. 

서울에서 함께 출발해 태백에 도착한 참가자들과 지역에서 오신 참가자가 태백에 모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기상상황으로 애초 계획을 조금 수정해 점심식사를 하며 이틀간의 시민조사단 일정과 모두가 궁금해 하는 국립공원의 소리에 대해 맛보기 공부를 하였습니다.
이번 시민조사단을 이끌어주신 국시모 학술위원이신 기경석 상지대 교수님께서 오래도록 조사·연구해오고 있는 국립공원의 소리를 우리 시민조사단이 이번에 어떻게 기록하고 조사할지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조사한 기록은 국립공원의 소음지도를 만드는 데에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조사단이 작성한 야장을 통해 소리에 대한 선호를 탐방로 소리 환경에 따른 지도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점심 식사 후 사운드스케이프 모니터링의 방법과 국립공원의 소리 이야기에 대해 설명하는 기경석 교수님과 경청하는 조사단원들


이미 태백산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생물음향 측정기기의 실물을 설명하는 기경석 교수님.
6~10월 동안 고지대와 계곡부 각2개소 설치해 시간당 10분씩 장기측정을 하고 단기간 24시간 녹음하는 방식으로 소리자원을 담는다고 합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기경석 교수님의 당부를 마음에 새기며!
조를 나누어 조별로 조사 장비와 야장을 나눠 들고 첫 날의 조사 출발지인 두문동재로 향했습니다. 조장이 이끌어 조 별로 소리 측정과 기록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를 따르라~! 2017년 아고산대 탐사단으로 함께 하셨던 서성연, 이미경 회원이 앞장 서 걸어갑니다. ^^



현장에서 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녹음기, 소음측정계 작동 방법과 야장 작성 요령을 익혔습니다.


조장에게 녹음기 작동법을 배우고 있는 김정화님 :)


2018 태백산국립공원 사운드스케이프 시민조사단의 이번 조사는 조를 나누어 각자 맡은 지점에서
1. 녹음기로 소리를 녹음하고


2. 소음 측정계에 표시되는 10개의 수치를 기록하고


3. 그 지점에서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4. 조원 모두 야장을 작성하는 

'윤샘은 어떤 소리를 좋아하시지~?' 지난 아고산대탐사단으로도 함께 해주셨던 이미경님, 윤병열님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야장에는 그 지점에서의 음환경에 대한 개개인의 선호를 조사하는 항목이었습니다. 또한 생물 소리, 무생물 소리, 인위적 소리 등에 귀 기울이며 인지되는 정도와 선호도를 평가하였습니다. 자연에서 바람, 물, 새, 야생 동물 등 어떤 소리가 압도적인지를 살핍니다.
차소리, 탐방객 소리, 항공기 소리 등 인위적인 소리가 조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해 조사원은 꼼꼼히 작성해나갔습니다.
조사 지점은 국립공원 내 있는 다목적위치추적표지판이 기준이 되었으며 사전에 기경석교수가 조별로 지정해둔 곳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본인들에게 주어진 지점에 도착해서 5분 정도 어떠한 방해도 없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때로 새 소리가, 계곡 주변에서는 물소리가, 바람에 실린 듯 항공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조사단만 오롯이 있었던 산에서 탐방객의 소리가 크게 의식되진 않았고 무엇보다도 바람소리가 강렬했습니다.
엄청난 바람 소리 속에서 보물찾기처럼 들려오는 새소리, 물소리는 더 귀하고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공군 사격장이 근처에 있어 시시때때로 들려온다는 항공기 소음이 이번 조사에서 잦지는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자연의 소리 속에 섞여 들어올 때는 더 거슬렸고, 도로에서의 소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온전히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봅니다.

처음 다루어보는 기계에 대한 호기심과 모두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봄날은 간다’의 이미지를 마음에 품고 무리 없이 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
공단에서 후원해준 주머니 난로 덕에 강렬한 바람을 이겨내고 조별 활동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기경석교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생소한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 교수님께서 연구해온 것들을 바탕으로 조사단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연 속의 생명들이 온전히 그들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방해받지 않고 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일정부분 인위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 인간을 위해 자연의 소리를 차단하는 것.
무엇이 먼저이고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참석해주신 분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단순히 다름으로 받아들일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단편적으로 이 부분만을 고려했다기보다는 각자 평소 중점을 두는 가치와 고려하는 요소들이 다름으로 인한 차이였던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의 차이를 좁혔습니다.

그렇게 시민조사단의 첫 날이 정리되고 다음 날 조사를 위해 휴식을 취했습니다.

태백산의 둘째 날 역시 비바람이 예상되어 두 개 조씩 한 팀이 되어 조사코스를 나누었습니다.
두 조는 명품마을로 지정된 백천계곡으로, 두 조는 천제단 방향의 당골계곡 쪽으로 조사를 떠났습니다.
전 날과 같은 방식으로 조원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소리를 담고 기록했습니다.
다행히 전 날보다는 추위가 심하지 않았고 계곡 부근에서는 물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백산국립공원에서 첫 눈을 맞이했습니다. ^^


물소리, 보이시죠?


들리나요, 나무의 소리?

8월에 진행하고자했던 이번 조사는 태풍과 여러 여건상 미루어져 10월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태백의 돌풍까지 더해져 우려스러웠고 바람이 심해 조사자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조사에도 영향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담으며 느낀 것은 이렇게 온전히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조사를 시작하면서는 너무 강렬하고 다소 시끄럽게 여겨진 바람 소리가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이내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틀 간의 조사를 마치고 모두 모여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국시모라는 단체를 알게되어 반갑고 신선했다는 조수경님, 환영합니다. ^^ 국시모 열혈 회원이신 이창희님의 지인찬스로 새로운 인연이 짠. 인연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D


이번 시민조사단으로 활약해주신 참가자 중에는 지난해 아고산대 탐사에도 함께 하셨던 분이 몇몇 계셨는데 조사 방법이나 기록방식 등은 지난 번 보다 수월했고 그러면서도 조사자 스스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시민조사단 활동이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이셨고 국립공원을 조사한다는 명목 상 많은 인원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면 보다 새로운 이들에게 기회를 주어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이틀간 함께하며 국립공원에 대해 알게 되고 국시모의 활동을 신선하게 바라본 참가자 또한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천천히 국립공원을 알고 그 소중함을 몸소 느껴가는 것이 시민들과 함께 멀리, 그리고 길게 갈 수 있는 보전활동일 것입니다.
국시모도 더 고민하고 준비해 시민들과의 국립공원 보전활동 이어가겠습니다. 



* 함께 조사단과 조사를 진행하며 조장으로 애써주신 상지대 연구원분들과 이번 시민조사단의 단장 역할을 기꺼이, 즐거이 맡아주신 기경석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 무엇보다 궂은 날씨에도 전 일정을 건강하게 마무리해주신 모든 시민조사단에게 역시 감사함을 전합니다, 바람에 사랑을 실어~ :D 

wind그 날의 바람소리를 배경 삼아.. ^^ 파도소리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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